전통재래시장 상인뿐 아니라 동네 소규모 점포 상인들도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예상된 일이긴 하나 잇따른 대형마트 입점에 이어 ‘공룡 슈퍼마켓’, ‘슈퍼 슈퍼마켓’으로 불리는 기업형 슈퍼마켓이 동네 골목에 진출하면서 기존 자영업자는 점점 단골까지 빼앗겨 문을 닫을 처지다. 무료배달에 인터넷 주문, 각종 할인행사까지, 동네 주민들의 발길이 자연히 몰릴 수밖에 없다.

2007년 말 부개동 한 시장 주변에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들어선 이후 시장 상가는 매상이 줄고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단다. 장사를 그만 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갈산동 상가지역 상인들은 몇 개월 안에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선다는 소리에 뒤숭숭하다. 상인들에 따르면 상가건물 대 여섯 개가 팔리고 그 자리에 기업형 슈퍼마켓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재 운영 중인 기업형 슈퍼마켓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슈퍼, 지에스수퍼 등 총 400개 정도다. 이중 절반 이상이 수도권 지역에 밀집돼있다. 인천에는 15개, 부평에는 3개가 입점해있다. 갈산동에 들어올 기업형 슈퍼마켓까지 포함하면 4개다.

최근에는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신세계 이마트까지도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출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마켓 매출에서 기업형 슈퍼마켓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2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동네마다 유명 브랜드 제과점이 들어서 기존 빵집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모습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올해 1월 자영업자는 558만 7000명으로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600만 3000명에 견줘 41만 6000명(6.9%)이나 줄어들었다. 새로 창업한 자영업자를 고려하면 문 닫은 자영업자는 훨씬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대형마트의 무분별한 입점으로 인한 폐해에서 지적됐듯이 기업형 슈퍼마켓의 입점으로 동네 상권 붕괴와 지역의 순환경제 파괴는 예상되는 일이다. 지금처럼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상황은 예상보다 더욱 빠르고 심각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지역 상인들은 다 죽기 전에 국가나 지방정부에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을 규제해야한다고 호소한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인들은 손을 놓고 있다. 18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 대형마트 규제 법안이 상정됐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17대 국회처럼 그저 여론 무마용이 아니길 바란다. 골목상권의 붕괴가 생각보다 심각함을 정부와 정치권은 허투루 여기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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