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박물관, 지역 내 방공호 첫 기초조사 진행
네거티브문화재 보존에 대한 사회적 논의 시작해야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시립박물관(유동현 관장)은 일제 침탈과 강제 노역의 증거인 인천 내 방공호 기초조사를 진행했다고 13일 밝혔다.

시립박물관은 일제가 인천에 설치한 방공호가 현재 13개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부분 중구에 있고 일제 관동군 조병창이 있었던 부평구에 일부가 있다.

시립박물관은 지난 5일과 7일 두 차례에 걸쳐 중구 송학동 자유공원(응봉산)과 신흥동 일대에 산재한 방공호를 탐문 조사했다. 근ㆍ현대 문화유산 조사 차원에서 했다. 그동안 방공호의 실체와 위치에 대한 주민들의 입소문만 있었을 뿐, 정식으로 조사한 적이 없었다.

시립박물관은 중구 송학동 자유공원(응봉산) 공영주차장, 자유공원 석정루 절벽 아래, 송학동 인천시역사자료관 내, 신흥동 긴담모퉁이길 등 10여 곳에 방공호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중 내부 진입이 가능한 자유공원 공영주차장과 석정루 절벽 아래, 인천시역사자료관 내 방공호를 조사했다.

자유공원 공영주차장 내 방공호
자유공원 공영주차장 내 방공호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뒤편 공영주차장 내 방공호는 높이와 폭이 각각 약 2m이며, 현재 도달할 수 있는 내부 길이는 10m 정도다. 현재 공원 관리를 위한 장비 창고로 활용되고 있다. 그 이상의 내부는 시멘트로 막아 진입할 수 없게 돼있다.

석정루 아래쪽 절벽에 있는 방공호는 초입부가 시멘트로 천정과 벽체를 마감한 채로 남겨져 있다. 초입부 높이는 약 1.5m, 폭은 약 1.2m이다. 절벽 안쪽으로 방공호가 이어지지만 정확한 규모는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카페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인천광역시역사자료관 내 방공호
긴담모퉁이길 방공호

중구청 뒤 인천시역사자료관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사업가 코노 다케노스케(河野竹之助)의 저택으로 알려져 있다. 그 안에 방공호 2개가 있었으나 1개는 입구가 폐쇄된 상태다. 정문에서 정원 돌계단을 올라가는 길 축대 아래에 ‘ㄷ’자 형태의 작은 석실형 방공호가 남아있다.

신흥동 긴담모퉁이길에도 방공호가 있다. 일제는 1908년 신흥동과 경동 싸리재를 연결하는 신작로를 내면서 석축을 쌓았는데, 긴담모퉁이길로 불린다. 주변에는 옛 인천부윤관사를 비롯해 일본인 관료들과 사업가들의 주택이 몰려있었다.

긴담모퉁이길 석축 아래에 방공호가 있는데, 일본인 관료들과 사업가들을 위한 방공호로 추정된다. 방공호 입구는 아치형으로 입구 주위는 콘크리트로 보강돼 있으며 현재 철문으로 닫혀 있다.

주민들이 전한 얘기로는, 이 방공호는 언덕 너머에 1884년 개교한 일본인 학교 아사히소학교(현 신흥초등학교)와 길게 연결돼있다. 신흥초교 쪽 방공호 입구 존재는 아파트 건립과 우거진 잡풀 등으로 확인할 수 없다.

신흥초교 관계자는 ‘오래전 본관 신축 건설 때 교무실 아래로 방공호가 연결돼있는 통로를 발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시립박물관에 전했다.

인천 방공호 현황

일제 침략과 수탈 보여주는 ‘네거티브 문화재’

방공호는 일제가 조선을 침략하고 영구 점령하기 위해 한반도 각지에 건설한 군사시설 중 하나다.

일제는 방공법(1937.4.1.)을 제정하고 공습대피시설을 건설할 것을 법제화했다. 도심지와 군사기지 주변에 갱도를 뚫어 방공호로 활용했다.

시립박물관은 “일제는 태평양전쟁 말기 연합군과 결전을 준비하며 수많은 갱도를 뚫어 최후 방어진지로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천 곳곳에서 발견되는 방공호 시설 역시 이 당시에 건설된 것으로, 당시 많은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축조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방공호는 일제의 침략ㆍ학살ㆍ수탈 등 어두운 역사를 보여주는 ‘네거티브 문화재’다. 징용 산업시설, 적산 주택 등에 대한 관심도는 높은 데 반해 방공호 발굴조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이번 기초 조사가 사실상 첫 조사나 다름없다.

현재 인천지역 방공호들 중 일반주택 안에 있는 방공호는 도심지 재개발로 조사되지 않은 채 입구 함몰 또는 통째로 매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동현 관장은 “흔적을 지워버리면 증거를 잃어버리는 것이다”라며 “방공호는 아픔을 기억하고 후세에 교훈을 전해야하는 ‘기억유산’이다. 네거티브 문화재를 지역 유산으로 보호하고 보존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한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