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공무원, 시 인트라넷에 성추행 피해 실명 폭로 글 올려
"일터 잃을까 꾹 참았는데 몇 백배 더 한 폭력으로 다가와"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시 인트라넷에 실명으로 성추행 피해와 인사 불이익을 폭로하는 글이 올라왔다.

인천시청 전경

피해 여성 공직자 A씨는 “저는 2014년 7월 17일자로 □□□분야 전문임기제로 채용돼 5년간 근무해 온 ○○○입니다”고 소속과 실명을 공개한 뒤, 성추행 피해와 2차 피해를 폭로했다.

A씨는 자신이 글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첫째, 성추행 피해자였던 한 임기제 여성 직원을 인사상 불이익으로 2차 가해한 인사 폭력 사건을 알리고자 함”이며 “둘째, 성추행범을 제대로 징벌하지 않은 고위공직자들과 피해자에 대한 배려라곤 손톱만큼도 없는 일부 몰지각한 공무원들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고자 함이다”고 밝혔다.

A씨는 임기제 계약직 공무원으로 임용기간 만료를 앞두고 지난 6월 11일 채용 면접에 응시한 뒤, 재임용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A씨는 불합격됐고 인사부서에 사유를 물으니 ‘소양부족’ 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A씨는 “저는 2018년 9월 시장님도 관심을 갖고 방문하신 월드클럽돔코리아(EDM) 행사를 유치한 담당자이고, 세계적인 e스포츠행사인 오버워치, 롤(LOL)드컵 유치에도 기여 하는 등 전문가로서 해마다 성과를 올렸고, 근무실적 평가에서도 2014년 첫해 5개월 근무에 대한 평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A와 S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08년에는 인천세계도시축전조직위에서 국제협력관실로 파견돼 아태도시정상회의, UNESCAP총회 등 인천시의 초창기 주요 국제행사를 도맡아 했던 3년까지 포함하면 어언 8년간 인천시 MICE의 역사를 함께 해 왔다”고 했다. 이어 “그간 저의 열정과 노력을 지켜봤던 팀장님, 과장님들과 많은 동료들은 이변이 없는 한 제가 재임용될 수 있을 거라며 저를 응원해주셨다. 하지만 저는 합격하지 못했고, 불합격 소식에 모두들 당황했다”고 부연했다.

A씨는 인사부서가 재임용 불합격 사유로 든 ‘소양부족’이 자신의 성추행 피해 사건에 대한 2차 피해라고 주장했다.

A씨는 “모 과장님이 개인적으로 확인한 내용을 알려주셨는데,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탈락한 사유가 2년 전에 겪은 성추행 사건 때문이라 들었으니 그 내용을 다른 곳에 얘기하고 다니지 말라’고 했다”며 “피해자인 저를 통해 그 사건을 상세히 알고 있던 그 과장님은 ‘성추행 사건은 제 잘못이 아니라고 해명’ 했으니, 저에게 ‘재공고에 다시 응시하면 잘 될 거라’는 조언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공고에서도 A씨는 탈락했다.

A씨가 피해를 폭로한 성추행 사건은 2017년 4월 월드클럽돔코리아 유치를 당시 A씨가 몸 담고 있던 □□□과의 해외 출장에서 발생한 일이다. A씨는 “약 10일간 해외출장이 이었다. B과장은 해외 도착 다음 날 아침 7시부터 지극히 맨 정신에 저를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그 일은 저에게 현재까지도 엄청난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사건”이라며 “저의 재임용 불합격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제가 성추행 사건을 공식적으로 상세히 진술한 것은 단 한 번이다. 성추행 사실이 언론 보도된 후 2018년 4월 말 행정안전부 감찰반이 내려와 감찰 차량 안에서 행안부 감찰팀장에게 말한 것이 전부"라고 했다. 또 “개인적으로는 말도 못할 정도로 괴로 웠지만 저를 보호해주려고 애쓰고 어려운 행사를 기꺼이 함께 해 C팀장님과 조직에 누를 끼치고 싶지않았고, 어떤 형식이던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며, 저에게 또 다른 2차 피해가 있진 않을까 두려워서 언론사 취재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오히려 성추행 사건 보도가 나오기 직전인 5월 4일 오후 가해자인 B과장이 자신에게 상황이 정말 심각하다며 ‘제발 구해달라’는 문자와 전화를 지속적으로 했고, 5월 8일에는 B과장이 전 과장과 팀장에게 ‘한 번만 살려 달라’고 빌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그 뒤 B과장은 2018년 11월 견책수준의 징계를 받았다. A씨는 “그는 끝까지 본인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은 채 자신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자 소청위원회까지 열었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피해자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A씨는 “피해 당사자인 저는 징계위원회와 소청위원회 개최 여부에 대해 사전에 전혀 알지도 못했을 뿐더러 인천시 감사관실, 인사과 등에서 진술 또는 출석요구를 받은 사실도 없었다”며 “B과장의 징계과정에 피해자에 대한 조사나 진술은 없고, 오직 가해자 진술만 있었을 뿐이다”고 부연했다.

A씨는 또 “가해자인 B과장의 ‘억울하다’는 일방적인 진술만 들은 징계위원회 간사이셨던 X과장이 저의 임기제 채용 면접의 면접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 그 자격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인사 면접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A씨는 “제가 1차 면접 탈락 사유를 듣고 더 이상 재공고에 응시하지 않고 이를 문제 삼겠다고 강하게 나서자, 윗선에서는 필사적으로 저를 재공고에 다시 응시하라고 설득했다”며 “그때 저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변호사를 만나고 있었고, 국가인권위 상담으로 2차 성폭력 가해로 접수 대상이 됨을 확인하는 등 2주 동안 저는 인천시를 떠나고자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동료들의 진심어린 설득과 가족들과 상의 끝에 접수 마지막 날 세 번째로 신청하고, 7월 8일 재 면접을 봤지만 또 탈락했다”고 하소연 했다.

A씨는 “저는 지난 2년 동안 B과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2차, 3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함에 그저 입을 다물고 살았다. 아내로서, 두 아이를 둔 워킹맘으로서 오랜 현장 경력을 바탕으로 일궈낸 소중한 일터를 잃고 싶지 않아 그땐 눈물을 머금고 참았다. 그런데 이렇게 다시금 몇 백배 더한 폭력으로 다가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밝혔다.

A씨는 “인천시 공직자 여러분, 일련의 사건에 대해서 같은 사람이라는 입장에서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며 “딸자식 가진 부모로서, 아내를 둔 남편으로서, 인천시 공직자로서… 이게 옳습니까”라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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