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연료전지, 자기 일정에 맞춘 환경ㆍ안전조사 제시 ‘빈축’
비대위, “조삼모사 주민 우롱” 시ㆍ동구에 민관조사위 제안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립 문제를 공론화 방식으로 풀기 위한 동구 주민들의 바람이 무산됐다.

동구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문제는 장기화할 전망이고 29일차에 접어든 수소연료발전소 반대 동구 주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대표의 단식농성 또한 길어질 전망이다. 공사 강행 시 주민과 물리적 충돌도 예상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자회사인 인천연료전지(주)는 18일 오전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가 안전성 검증과 공론화를 위해 제안한 요구사항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비대위가 인천연료전지(주)에 제시한 방안은 ▲공사 중단 ▲환경영향평가에 준하는 안전성ㆍ환경 영향 검증 수용 ▲인천시공론위원회에 준하는 공론화 방식으로 해결 등 세 가지다. 김종호 비대위 대표는 위 세 가지를 인천연료전지(주)와 인천시가 수용하기 전까지 단식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인천연료전지(주)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인천연료전지(주)는 안전성과 환경 영향을 조사하고 검증하는 데 2~3개월이면 충분하다고 했으며, 이 기간에 시민 숙의를 거쳐 사업이 무산될 경우 매몰비용을 보전해야한다고 했다.

인천연료전지(주)는 “사업 무산에 따른 매몰비용 보전대책이 마련된다면 (공론화) 결과에 구속력이 부여되는 2~3개월의 시민 숙의를 진행하는 방안을 수용하겠다”며 “이 기간에 공사를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주민을 우롱하는 ‘조삼모사’ 기자회견이라고 주장했다. 인천연료전지(주) 기자회견 후 바로 기자회견을 한 비대위는 “양보하는 것 하나도 없으면서 마치 양보라도 하는 것처럼 주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했다.

동구 비대위는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연료전지(주)를 규탄했다.

김종호 비대위 대표는 “동구가 지난 5월 도로굴착허가(신청)를 반려했다. 그리고 8월에 다시 인천연료전지(주)가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즉, 자기네들이 8월에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니 그 기간만큼은 공사를 안 하겠다는 것이고, 그 기간만큼만 안정성 조사를 하겠다고 주민을 우롱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또,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람해 영향평가 본안을 마련하는 데 통상 1년이다. 그런데 2개월 하겠다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이다”라며 “그래놓고 100억 원이 넘는 매몰비용을 주민한테 부담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비대위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 또한 인천연료전지(주)의 제안을 양보 없는 횡포라고 주장했다. 이 사무처장은 “환경영향평가에 준하는 조사를 하려면 최소한 3개월 조사하고 한 달 동안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한다. 그렇다면 최소 4개월이 필요하다. 그런데 2개월 하겠다는 것은 자신들의 8월 공사 일정에 맞춰놓고 마치 양보하는 것처럼 생색내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또, 매몰비용 주장에 대해서도 “매몰비용 처리 문제는 시와 동구, 비대위, 업체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환경성과 안전성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주민들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론을 낸 뒤,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라며 “매몰비용부터 꺼낸 것은 주민들은 물론 시와 동구와도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인천연료전지(주)와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다며, 시와 동구에 인천연료전지(주)를 제외하고 시, 동구, 동구 주민, 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김종호 대표는 “시와 동구에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 이를 수용하면 단식을 접을 마음이 있다”라며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부실하게 허가해준 산업통상자원부에 책임을 묻고 발전소를 백지화하겠다. 단식 29일차에 끝내고 싶었는데, 환경성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데 아무래도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단식을 풀기 위한 공은 시와 동구로 넘어갔다. 비대위가 제안한 환경영향평가에 준하는 조사는 지난 11일 시와 동구, 비대위, 인천연료전지(주) 간 4자회담 때 시가 제안한 내용이기도 하다. 시는 공사 중단과 환경영향평가에 준하는 안전ㆍ환경 검증을 제안했다.

그러나 사업자인 인천연료전지(주)가 13일 열린 2차 4자회담 때 회담 시작부터 공사를 절대 중단할 수 없다고 밝혀 협상은 결렬됐고, 다시 결렬된 만큼 시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다.

한편, 공론화 협상 결렬로 단식이 장기화되자 시의회도 분주해졌다. 이날 비대위 기자회견 전에 시의회 안병배 부의장과 민경서ㆍ노태손ㆍ조선희 시의원 등이 김종호 대표를 만나 위로한 뒤, 시의회 차원에서 해법을 찾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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