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마을사랑방 사업, 취지 좋은데 현실은 어려워
수원시 마을사랑방 사업, 취지 좋은데 현실은 어려워
  • 이승희 기자
  • 승인 2019.06.17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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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빈집정보시스템 구축과 빈집 활용방안
③ 경기도 수원시 마을사랑방과 휴먼주택

[인천투데이 이승희 기자]

<편집자 주> 인천지역 빈집이 5000채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빈집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 도심부 쇠퇴 현상 등과 맞물려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구도심의 빈집 문제는 물리적 문제뿐 아니라 사회ㆍ경제적으로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사유재산이라는 특성과 행정, 법ㆍ제도적 한계에 의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빈집 활용을 위한 현행 법ㆍ제도와 함께 인천의 빈집 실태조사와 정비계획 수립 추진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빈집 활용 우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빈집 정비가 사유재산 침해가 아니라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고 지역주민 공동체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수원시 마을사랑방 ‘북 케렌시아’ 실내 모습.(사진제공ㆍ북 케렌시아)
수원시 마을사랑방 ‘북 케렌시아’ 실내 모습.(사진제공ㆍ북 케렌시아)

 LH 매입임대주택 일부, 청년창업 공간 등으로 활용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 빌라 밀집지역에 있는 한 빌라 ○○호. 반지하인 이곳은 30대인 최승은 씨의 공방이다. 공방 이름은 ‘Planet 7(플래니트 세븐)’이다. 최 씨는 이곳에서 2년째 손바느질로 퀼트나 프랑스 자수 작업을 하거나 사람들을 모아 가르치기도 한다. 외부로 강의하러 다니기도 한다. 마을 주민들과 관계는 오가며 인사하는 정도이며, 공방이 있는 빌라에 노인이 많이 살고 있는데 먹을 것을 서로 주고받는 사이다.

최 씨는 원래 다른 곳에서 공방을 운영하다가 월세가 너무 비싸 이곳으로 왔다. 어느 행사에 갔다가 이런 곳이 있다고 소개 받았다. 이곳은 수도세와 전기세 같은 공과금만 부담하면 임차료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입주할 때 ‘5년간 사용할 수 있다’고 한 것도 큰 장점이다.

주택단지 안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까닭에 공방 홍보가 어렵고 이곳에 퀼트나 자수를 배우러 오는 사람은 대부분 예전 공방에 드나들었던 이들이지만, 최 씨는 이곳에 있는 걸 만족한다. 최씨는 “앞으로 3년이 지나도 더 있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다른 분들에게도 기회를 줘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같은 빌라 옆 동 반지하에는 최 씨네보다 더 많은 청년들이 드나든다. 이 공간 이름은 ‘북 케렌시아(Book Querencia)’다. 재작년 겨울에 입주했다. 책모임 운영 등, 책과 관련한 일을 하는 공간이다. 박준례 씨를 비롯해 3명이 운영한다. 두 명은 대학생이고 나머지 한 명은 직장인이다. 매달 적게는 한 번 많게는 세 번 정도 책모임을 하는데, 공개된 SNS 단체방에 공지해 참여할 사람 8~1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SNS 단체방엔 50명 정도 들어와 있다. 책모임은 책을 선정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주로 각자 읽은 책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한다. 참가자들에게 5000원씩 받아 운영비로 쓴다.

‘북 케렌시아’는 공간을 대여하기도 한다. 온라인 공간 대여 플랫폼인 ‘스페이스 클라우드’라는 곳에 등록돼있는데, 그 플랫폼을 이용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겐 대여료를 받는다. 그런 사람들이 꽤 있는 편이다. 책 관련 다양한 물품 만들기도 하고 오는 7월엔 다른 공간에서 ‘북스테이’도 할 예정이다.

박 씨네는 청년지원센터 공간에 있다가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서류를 준비해 신청했고 선정됐다. 책모임을 자주 하고 있는데 접근성이 좋지 않고 처음 오는 사람은 ‘좀 으슥해 무섭다’고도 하지만, 박 씨네는 이 공간에 만족한다. ‘Planet 7’과 같은 이유다.

박준례 씨는 “마을 주민들과 교류하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직 그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빌라엔 ‘Planet 7’과 ‘북 케렌시아’ 말고 청년들이 이용하는 반지하 집이 두 개 더 있다.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주거복지지원센터김종동(왼쪽) 센터장과 김태성 대리.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주거복지지원센터김종동(왼쪽) 센터장과 김태성 대리.

 마을사랑방 사업, 취지 좋은데 현실은 어려워

수원시는 이런 공간을 ‘마을사랑방’이라 부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기존 다세대주택이나 빌라를 사들여 저소득층에게 장기 임대하고 있는데, 임대가 잘 안 되는 빈집을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수원시 100% 출연, 이하 도시재단)이 무상 임차 방식으로 넘겨받아 하자를 수리한 뒤 청년창업가, 사회적경제기업, 저소득층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일종의 빈집 활용이다. 마을사랑방에 입주한 청년창업가와 사회적경제기업 주체들이 영업 이외에 주변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게 해, 마을사랑방을 지역 주민들의 소통공간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LH에서 2017년에 빈집 23호를 넘겨받았는데, 7호는 긴급임시 주거공간으로, 나머지 16호는 청년창업이나 사회적경제 기업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마을사랑방 사업은 도시재단 주거복지지원센터에서 관리한다. 마을사랑방에 입주한 청년창업이나 사회적경제기업은 도시재단 창업지원센터와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지원도 받는다.

김종동 주거복지지원센터장은 “마을사랑방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땐 거주 기간을 5년으로 했는데 지금은 3년이다. 청년창업이나 사회적경제 기업 인큐베이팅 기간이라 할 수 있다”라며 “작업공간과 주거공간을 계속 사용할 의지가 있는지 매해 평가한다. 정량 평가로는 매출액을 본다. 평가지표를 좀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지난주에 평가를 마쳤는데, 청년창업 네 곳이 자진 퇴거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긴급임시 주거공간은 재해를 입은 사람, 강제퇴거자, 개인 파산자 등 갑작스럽게 주거지를 잃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거주 기간은 3개월인데 한 번 연장할 수 있어 총6개월이다.

김 센터장은 “미혼모, 탈 성매매여성 등이 거주하고 있는데, 수요가 많아 긴급 임시 주거공간을 늘릴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23호 중 22호가 지하나 반지하다. 사실 반지하나 지하를 주거공간으로 제공하면서 심적으로 불편하다. LH에 지상 층 제공을 요청하지만, 실현되기 어려운 것 같다. 또, 새로 입주할 땐 도배ㆍ장판을 새로 해줘야하는 등, 유비보수비용도 적지 않다. 호별 추적조사 중이다. 유지보수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집은 반납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장기 미활용 주택은 계속 나올 것이다. 경기도시공사에도 빈집 무상임대를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원시 마을사랑방 ‘Planet 7’ 작업 장면.(사진제공ㆍPlanet 7)
수원시 마을사랑방 ‘Planet 7’ 작업 장면.(사진제공ㆍPlanet 7)
퀼트 작품들.(사진제공ㆍPlanet 7)
퀼트 작품들.(사진제공ㆍPlanet 7)

수원휴먼주택 200호 확보 목표…빈집 활용 연계할 수도

주거복지지원센터는 ‘수원휴먼주택’ 10호도 관리하고 있다. 주거복지정책의 하나인 휴먼주택은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다자녀가구 등 주거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임대주택이다. 임대 기간은 2년이고 재계약을 아홉 차례 할 수 있어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다. 임차보증금과 임차료는 없고, 관리비만 부담하면 된다.

수원시는 휴먼주택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3선의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해 선거에서 2022년까지 휴먼주택 200호를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2018년 5호, 2019년 45호, 2020~2022년 매해 50호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5호를 매입해 자녀가 다섯 이상인 무주택 가구에 제공했다. 이 5호부터는 주거복지지원센터가 아닌 수원시가 직접 관리한다. 수원시는 앞으로 확보할 휴먼주택에 다자녀가구뿐 아니라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주거 취약계층 등도 입주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문제는 200호를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시 자체 예산 ▲민간개발사업 시 공공 기여대체 방안으로 기부 ▲용적률 인센티브를 활용한 토지기부 등으로 휴먼주택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종동 센터장은 “현재 수원시정연구원과 수원도시공사에서 휴먼주택 확보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라며 “우선 기존 주택을 매입하거나 신축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신축은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용적률 인센티브 활용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 빈집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지난 3월 29일 ‘수원시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빈집 및 소규모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의 후속조치에 따른 것으로 정비구역 해제 지역이 아닌 일반(주거ㆍ상업ㆍ공업) 지역에서도 ‘자율주택 정비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근거를 담고 있다.

현재 수원시 내 빈집은 약 190호로 추정된다. 수원시 도시정비과 도시환경팀 관계자는 “빈집 실태조사와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7월에 발주할 예정이다”라며 “아직까지 시 자체적으로 빈집을 활용한 사업은 없다”고 말했다.

※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