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빈집정보시스템 구축과 빈집 활용방안 (6)
전북 전주시 빈집 정비와 주거복지

[인천투데이 이승희 기자] 

<편집자 주> 인천지역 빈집이 5000채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강화군과 옹진군을 제외한 자치구 8개의 빈집이 5월 27일 기준 총4129채로 조사됐다. 빈집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 도심부 쇠퇴 현상 등과 맞물려 사회적 과제가 되고 있다.

특히 원도심 빈집 문제는 물리적 문제뿐 아니라 사회ㆍ경제적으로도 부정적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사유재산이라는 특성과 행정, 법ㆍ제도적 한계에 의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빈집 활용을 위한 현행 법ㆍ제도와 함께 인천의 빈집 실태조사와 정비계획 수립 추진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울러 빈집 활용 우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빈집 정비가 사유재산 침해가 아니라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고 지역주민 공동체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민관 공동출자로 사회주택 공급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동산완동. 곤지산 아래에 있는 이 동네에 지난해 3월부터 청년 8명이 들어와 살고 있다. 이들이 살고 있는 집은 2층짜리 단독주택인데, ‘전주 달팽이집’으로 불린다. 전주시가 시 소유 빈집 20년간 사용권을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하 민달팽이조합)에 줬다. 조건은, 민달팽이조합이 빈집을 리모델링해 주거취약계층인 청년들에게 시세의 80% 이하로 임대하는 것이다. 공유재산관리법에 따라, 민달팽이조합은 재산 평가액의 2.5%를 연간 사용료로 전주시에 내야한다.

이 집엔 방이 6개 있는데, 1인실 또는 2인실이다. 방 이외의 주방과 거실, 화장실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셰어하우스(공유주택)다. 월세는 보증금 50만 원에 1인실 20만2000원, 2인실 14만 원(1인당)이다. 민달팽이조합은 리모델링 비용 등 초기비용을 서울신용보증재단 보증으로 은행에서 빌렸다. 입주자들의 월세로는 사용료와 대출금 이자 내는 것도 벅차다. 민달팽이조합이 수익 없이 이 사업을 한 것은, 민관 협력으로 청년주거문제를 해결하고 마을을 활성화할 수 있는 모델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 달팽이집 입주자격을 보면, 우선 민달팽이조합에 출자한 조합원이어야 한다. 입주자 중 한 명인 김창하(37) 씨는 “공동생활에 필요한 규칙도 따라야하지만, 기본적으로 민달팽이조합이 추구하는 주거공동체라는 가치를 함께 추구해야한다. 특히, 여성이 많은 편이라 젠더감수성을 갖췄는지 면접에서 살펴본다”라고 말했다.

입주자들은 이 달팽이집 생활을 어느 정도 만족할까? 김창하 씨는 “임차료 면에서 서울 등 대도시 셰어하우스만큼 이점이 크지는 않지만, 만족도가 높다”며 “혼자 사는 것보다 안전하고 입주자들끼리 일상적으로 소통하니 외롭지 않다. 일자리 문제 등도 함께 풀어갈 수 있어 좋다”라고 했다.

달팽이집 청년들은 마을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지난해 마을축제에 참여하기도 했다. 올해는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려하는데, 달팽이집에 있는 빈 공간을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곳으로 꾸며 주민들이 원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전주시는 2017년부터 ‘전주형 사회주택’ 공급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시가 토지(건물)를 매입하고 민간(주로 협동조합)이 주택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방식과 민간이 토지(건물)를 매입하고 시가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방식이 있다. 올해 3월 입주한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여성안심주택(15가구) ‘청춘 101’도 같은 사례다. 공실이 많은 다세대주택(토지 포함)을 전주시가 매입하고, 한국주거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리모델링해 입주자를 모집했다. 설계할 때 범죄 예방 환경 디자인을 적용했다. 전주시는 올해도 두 곳에서 사회주택(총24가구) 공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7년부터 ‘빈집 활용 반값 임대주택’도 추진
 

전주시 완산구 동산완동에 있는 청년주택‘전주 달팽이집’.

전주시는 부산시처럼 도심 내 빈집을 리모델링해 저소득층이나 학생 등 주거취약계층에 반값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사업도 2017년부터 하고 있다. 반값 임대주택은, 빈집 소유자의 동의를 받아 빈집을 리모델링한 후 주거취약계층에 5년 이상 주변 시세의 반값에 임대하는 주택을 말한다.

정용욱 전주시 주거복지과 공공임대주택팀장은 “반값 임대주택은 빈집을 정비하는 한편, 주거취약계층에 자립 여건을 제공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10가구에 15명가량 입주했으며, 현재 빈집 두 채 리모델링을 소유주와 협의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빈집 소유주가 리모델링 업체를 선정하면 시에서 설계 등을 검토해 시행하는 방식이다. 시가 2000만 원 이내에서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는데, 그것으론 부족한 경우가 많아 내년에는 3000만 원으로 한도를 늘릴 계획이다.

전주시는 또한 빈집을 철거한 후 3년 이상 공용주차장이나 주민쉼터, 공용텃밭 등 주민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예산 14억5000만 원을 들여 빈집 128개 동을 정비했다. 올해 예산은 반값 임대주택 리모델링 비용을 포함해 2억4000만 원이다. 빈집 12개 동을 정비할 계획이다. 2017년부터 사업비 중 30%를 전라북도에서 지원하고 있다.

주거지재생 인적 인프라 구축과 조직 정비
 

‘사람의 도시 주거지재생 6차 포럼’장면.(사진제공ㆍ전주시)

전주시는 국내 주거지재생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조준배 유진도시건축 본부장을 전주시 주거지재생 총괄계획가로 6월 28일 위촉했다. 아울러 7월에 행정조직을 개편하면서 주거재생팀을 신설했다. 주거재생팀은 전주시 주거지재생 정책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고 주거지재생과 주거복지를 연계해 저층주거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 삶의 질을 높일 계획이다.

조준배 총괄계획가는 국토연구원 부설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연구위원, 영주시 디자인관리단장, 서울주택도시공사 도시재생기획처장을 역임했다. 앞으로 임기 2년간 전주형 주거지재생 기획을 총괄한다.

전주시는 “총괄계획가 위촉으로 사업 기획단계에서부터 종합적인 검토와 자문으로 대규모 택지개발로 인한 도시 팽창보다는 구도심 주거지 보존, 철거형 정비가 아닌 주민 주도 점진적 재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전주시는 구도심 저층주거지를 중심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빈집과 노후주택 증가 등으로 도심 쇠퇴 문제가 심각해지자 전주만의 공공주도형 주거지재생 정책과 민관 협력 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 ‘사람의 도시 주거지재생 포럼’을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여섯 차례 진행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도시 가치는 고층 건물과 고가 부동산 유무가 아니라, 이웃 간 소통이 가능하고 양보와 나눔의 미덕이 살아있는 공동체 유무에 달려있다”며 “쇠퇴하고 있는 구도심을 사람과 사람, 사람과 주거공간으로 연결해 모두 살기 좋은 집이 있는 사람 도시 전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전주시는 시민들을 주거복지와 사회주택 전문가나 활동가로 육성하는 아카데미도 진행했다. 3월 14일부터 4월 18일까지 총6회에 걸쳐 주거복지와 사회주택 정책, 현장 사례, 사회주택 실무 등을 교육했는데, 35명가량이 수료했다.

임채준 전주시 주거복지과장은 “전주형 주거복지와 사회주택 실천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도 활동가와 전문가를 육성할 계획이다”라며 “이로써 주거복지와 사회주택 분야 현장에서 사회적경제 일자리를 창출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확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빈집 실태조사로 맞춤형 정비 추진 계획
 

전주시 완산구 중화산동 여성안심주택 ‘청춘 101’.

전주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처럼 빈집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본사를 전주에 두고 있는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용역을 맡아 수행하고 있다. 지난 4월 착수한 실태조사는 이달 완료된다. 파악된 빈집 수는 2030호이며, 현재 등급(양호ㆍ보통ㆍ불량ㆍ철거 대상) 확인 조사를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말까지 등급별 정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정용욱 공공임대주택팀장은 “재개발 정비구역 21개 중 11개가 해제됐다. 빈집 정비와 주거재생 즉, 전통역사문화지구 지정과 빈집 정비 사업을 통합ㆍ연계한 정비계획 수립이 요구된다”고 한 뒤 “빈집을 매입해 임대주택뿐 아니라 공원이나 주민 커뮤니티 공간 등을 조성해 주거지를 재생하는 방안도 정비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아울러 “재개발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엔 서울 등 외지에서 투기 목적으로 매입한 빈집도 있는데, 담이 넘어가는데도 와 보지도 않고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라며 “위험한 상태로 방치할 경우 과태료나 벌금 부과와 같은 강제 규정이 필요하며, 빈집을 사회주택용으로 매각할 때는 양도소득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성안심주택 ‘청춘 101’ 현관 앞에 설치된 무인택배 보관함.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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