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특고압선 전자파 관련 없다고 말할 수 있나”
전문의, “림프종 전자파 관련 가능성 있어” 파장 예상

[인천투데이 김강현 기자] 인천 부평구 삼산동에서 16세 여학생이 악성 림프종(임파선암) 판정을 받았다. 환자의 부모는 암이 걸린 이유가 집 아래로 흐르는 특고압선에서 발생한 전자파 때문일 수도 있다고 문제제기했다.

A양의 최종 진단서

이 지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고 중학교에 입학해 3학년 재학 중이던 지난해 8월 A양은 인천성모병원에서 악성 림프종 판정을 받았다. 10월에 서울성모병원에서도 악성 림프종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시작, 올해 2월 힘든 치료를 마치고 현재 집에서 통원하며 회복 중이다.

A양이 사는 삼산동 B아파트 단지 지하에는 현재 15만 4000V의 고압선이 흐르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국전력공사가 여기에 34만 5000V의 특고압선을 추가 매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이를 일부 주민이 반대하는 과정에서 단지 지하에 고압선이 흐르고 있음을 대다수 주민이 알게 됐다.

이후 ‘삼산동 특고압 민관 공동조사단’이 국립환경과학원에 의뢰해 이곳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조사가 이뤄졌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전자파 검출 농도를 보면, 실내에서 최대 15.7mG(밀리가우스)가 검출됐다.

A양의 어머니는 “아이가 병에 걸린 이유가 꼭 전자파 때문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이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냐”라며 “위험하다고, 병이 걸릴 수도 있다고 얘기들은 하고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나서야 대책을 세울 거냐”고 하소연했다.

이어서 “불안해서 못 살겠다. 아이 아빠랑 시골로 이사 가는 것도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아이가 여기서 춤 학원도 다니고 싶어 하고 친구들도 다 여기 있어서 이사 가기 싫다고 말한다”라며 “왜 우리가 도망치듯 이사 가야하느냐. 우리가 뽑아준 사람들이 책임져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A양은 항암치료를 받는 탓에 중학교 3학년 2학기를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해 겨우 수료했고 고등학교도 입학 행정처리만 했을 뿐 아직 나가지 못하고 있다.

A양의 어머니는 “아이가 먹는 것도 조심해야하기 때문에 학교급식을 먹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아픈 것뿐만 아니라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머리도 다 빠졌다. 사춘기 여자아이가 견디기에 얼마나 힘들겠느냐”라며 “학교에 가기 힘든 상황이다. 아이에게 힘을 주기 위해 온 가족이 응원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인천 삼산동 특고압선이 지나가는 아파트 화단. 붉은색 줄이 특고압선이 지나는 자리다.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악성 림프종은 전자파와 관련이 있는 암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역학 논문에도 수차례 보고됐고, 개별 연구의 불확실성을 제고한 메타 분석 종합 연구 결과에서도 관련이 있다고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조사한 연구 결과에 ‘관련이 있다’고 나온다. 전자파 때문에 암에 걸렸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은옥 ‘삼산동 특고압 대책위’ 위원장은 “전자파 피해가 가장 심각한 동(아파트)에 살고 있는 할머니는 최근 뇌출혈로 쓰러졌고, 같은 동에 거주하고 있는 40대 주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다”라며 “한전뿐 아니라 정치권 등이 나서서 당장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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