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우려되는데 지엠은 '노조 패싱’하고 파업권은 정부에 봉쇄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8일 오후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의 부평구사무소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고 곧바로 점검 농성에 돌입했다. 점거농성은 14일로 일주일째 접어들었다.

법인분리 무효 소송해놓고 3자 협의체 거부한 지엠과 협의?

한국지엠 기업분할 시점(12월 3일 연구개발 법인 등기 전망)이 다가오면서 부평공장에 정리해고 위기가 엄습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정상화 합의를 주도한 정부와 여당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사측은 노동조합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노조는 마지막 수단인 파업을 하려고 해도 정부에 발목이 잡혀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산업은행이 해법을 모색하기 제안한 3자 협의체(한국지엠-노조-산은)마저 한국지엠이 거부해 무산됐다. 반면 3자 협의체 거부 후 한국지엠이 산은에 제안한 양자회담을 산은이 수용하면서 노동조합의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이하 노조)는 산업은행의 태도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3자 협의체 제안을 거부한 쪽이 한국지엠 사측인데, 산은이 다시 사측의 '노조를 배제한 협의 제안'을 수용한 것은 문제라고 했다.

지엠은 ‘노조를 배제해야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하고 ‘노조를 배제해야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협의가 가능하다’며 3자 협의체 대신 양자회담을 제안했다. 그리고 산은이 이를 수용했다. 노조는 산은의 '3자 협의체 제안' 진정성에 의문을 표했다.

한국지엠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거부하자 노조가 산은에 노조-산은 양자회담 하자고 했다. 언론에 공개된 것처럼 이동걸 산은 회장도 그러기로 했다. 그런데 사측이 다시 산은에 지엠-산은 양자회담 제안하자 이를 수용했다. 그래놓고 노조와 별도로 회담하자고 한다. 이중적인 태도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처음 제안한 3자 협의체 역시 진정성이 의문이다. 노조에 제안한 공문에는 대화 형식, 내용, 일시, 장소도 명시하지 않았다.”며 “결국 한국지엠과 양자 협의를 위해 노조를 처음부터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특히, 노조는 법인분리를 결정한 주주총회 대한 법원의 심판을 앞두고 지엠과 양자협의를 진행하는 산업은행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법인분리를 막기 위한 주주총회 개최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천지법에서 기각되자 서울고법에 항고하고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그리고 조만간 심문기일을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인분할 관련 해결방안 모색과 경영정상화 기반 조성을 명분을 내세워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태도는 상식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지엠은 노조 인정도 안 하는데 대화하라며 파업권마저 봉쇄”

노조는 한국지엠에서 연구개발 분야를 분리하지 않아도 투자와 개발이 가능한데,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를 빌미로 기업을 분할하는 것은 정리해고에 속뜻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산은은 지엠의 정리해고 계획을 알고 있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지엠이 정상화 합의 때 2000명을 정리해고해야 한다는 것을 산은에 전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산은은 이를 알고도 타결에만 급급한 나머지 이를 덮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한국지엠은 노사 단체협약으로 정리해고가 어렵다. 그러나 신설 법인의 경우 약 3300명이 이전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처음에 고용 승계는 이뤄지더라도 계속 고용이 보장된다는 법은 없다. 노조가 고용보장 확약을 위한 교섭을 하자고 했지만 사측은 거부하고 있다.”며 “새 법인은 연구개발 투자 목적이 아니라 정리해고를 위한 각본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산은에 대한 노조의 불신은 상당했다. 노조는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경영난의 원인과 경영실패에 대한 경영진의 책임을 규명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산업은행에 경영실사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거부당했다. 노조는 지난 5월 정상화 합의문이라도 공개를 요구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경영실사 자료와 합의문 공개를 거부한 산업은행은 노조한테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고, 산은이 경영에 참여하며, 한국지엠 10년을 보장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정상화 합의(5월 10일)에서 법인분리 발표(7월 20일)까진 불과 72일밖에 안 걸렸다. 경영 참여는 커녕 비토권은 무용지물이 됐고, 10년 보장은 법인분리와 정리해고 위기로 돌아왔다.”고 쓴소리를 했다.

노동조합은 절박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노조는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고 있지만,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사측은 노조를 대화상대로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노조를 대변해주는 것도 아니다.

새 법인 등기일로 12월 3일로 예정된 만큼 노조는 파업을 통해서라도 저지하고 싶지만 이마저도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발목이 잡혀 여의치 않다. 회사 상황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데 노조는 사측에 무시당하고 정부에 치이는 형국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사 교섭이 결렬됐으니 중노위가 조정 중지를 선언하거나 교섭을 강제하는 행정지도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결정 없이 노사가 대화를 더 하라고 한다. 대화를 위해 노조가 사측에 12차례 교섭을 요청했다. 아무런 답이 없다. 파업이라도 하려면 중노위에서 조정 중지 결론이 나야 하는데, 지금은 노조의 파업권마저 중노위에 묶여 있다. 그러는 사이 새 법인 등기일은 다가오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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