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전대는 불법… 감사원 특별 감사까지 받는 상황

박남춘 인천시장

불법 전대를 해소하기 위한 인천시의 지하도상가 조례 개정이 난항을 겪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불법이라며 시정을 요구하고, 감사원이 감사까지 벌이고 있지만 일부 상인들의 반대로 논의 조차 못하는 형국이다.

행안부가 지적한 지하도상가 내 불법 행위는 두 가지다. 하나는 상가 관리ㆍ운영 재위탁이고, 다른 하나는 점포 전대다. 공유재산관리법에 따르면 수탁자는 공유재산을 재 위탁할 수 없다.

하지만 시로부터 지하도상가 관리ㆍ운영을 위탁받은 인천시설공단은 각 지하도상가 주식회사에 재 위탁했다. 이는 불법이다. 시가 직접 지하도상가 주식회사에 위탁하든지, 인천시설공단이 관리ㆍ운영해야 한다.

또, 점포 전대도 불법이다. 공유재산관리법은 공유재산을 임차한 이가 수익시설로 전대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인천의 지하도상가는 부평역ㆍ동인천역ㆍ주안역 지하도상가 등 모두 15개(점포 3667개)다. 이중 582개(16%)만이 합법적인 임대차 점포이고, 나머지 약 80%에 해당하는 2947개는 전대차(=임차인이 재 임대) 점포다.

시는 재위탁과 전대를 허용하고 있는 조례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 6월 공청회를 개최했고, 지난 달에는 제도개선을 위한 1차 시민협의를 개최했고, 7일 오후 2차 협의회를 개최하려고 했다.

하지만 상인들의 반대로 회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7일 오후 인천지하도상가연합회 측과 임차 상인 등 200여명은 회의 시작에 앞서 회의장에 몰려와 거칠게 항의했다. 대책 마련을 위해 참석한 토론자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시는 조례 개정을 통해 수탁자인 시설관리공단이 직접 관리하게 하고, 불법 전대차 계약을 해소한 뒤 시와 점포 상인이 직접 계약하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유재산관리법에 따르면 임차한 상인이 다른 상인에게 재 임대 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지하상가 구조를 보면, 1차 임차인이 전차 상인(=2차 임차인)한테 전대를 하고 임대료 보다 높은 전대료를 챙기고 있는 구조다. 시에 내는 임대료는 월 30만원 안팎인 데 비해 임차인이 받는 전대료는 300만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조례가 개정되면 시와 상인 간 직접 계약으로 시는 임대료 현실화로 일정 금액을 인상할 수 있기에 세외수입 증대를 기대할 수 있고, 기존 전차 상인들 또한 시에 직접 내기 때문에 임차 상인에 지불하던 금액보다 낮은 임차료를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개선 과정에서 최근 권리금을 내고 입주한 전차 상인들의 피해다. 현 조례에서도 권리금 설정은 불법이지만, 지하도상가 점포 전대차 계약에서 권리금이 관행으로 설정된 만큼, 시와 직접 계약하게 되면 권리금이 사라지게 돼 권리금 만큼의 출혈이 발생하는 것이다.

박남춘 시장, “조례 개정 불가피… 계속 협의할 것”

조례 개정에 따라 전차 상인들의 일정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지하도상가 전수 조사를 통해 계약 기간과 권리금 규모 등을 파악해 유예 기간을 두거나, 직접 계약 시 임차료에서 권리금을 상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시는 조례 개정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문제 전문가, 상인 대표, 법률가, 시민단체 등으로 2차 시민협의회를 진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임차 상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회의조차 진행하지 못했다.

시는 행안부가 시정을 요구한 데다, 감사원이 인천시의 조례가 법을 위배했는지 특별 감사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더는 불법을 지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피해와 갈등을 최소화 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데 회의마저 못 열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공직자는 법과 규정에 따라 일을 해야하고 법을 지키게 돼 있다. 이미 행정안전부가 위법하다며 시정을 요구했고 감사원 특별 감사까지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례 개정을 막는 것은 공직자더러 법을 계속 어기라는 얘기다. 이건 아니지 않냐.”며 “전문가와 상인 대표를 초청해 방안을 찾고자 하는 데 회의까지 막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한편, 박남춘 인천시장은 7일 시민협의회가 무산 된 후 8일 오전 현안점검회의 때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는 사안으로 법률과 정책에 따라 취하는 조치라 조례 개정은 불가피하다.”며 지하상가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은 “시민안전과 공유재산 관리에 문제가 있어 조례 개정을 해야한다. 하지만 지역 상권으로 자리 잡고 있고, 영업권을 보장된 권리로 이해하고 행사해온 만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시에서 피해 최소화를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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