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서 증거 뒤집는 증언 쏟아져
혐의 적용도 신중치 못했단 '지적'
검찰 "수사 문제 없어, 예비 혐의 적용할 것"

이흥수 전 동구청장 (사진제공ㆍ동구청)

이흥수 전 인천 동구청장이 지역의 한 청소업체 대표에게 아들의 취업을 청탁하고도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인천투데이 6월 29일 보도)

취업 청탁이라는 구체적인 정황을 두고도 무죄가 선고된 데에는 검찰의 부실수사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허준서)는 지난달 29일 이 전 구청장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전부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흥수 전 구청장이 아들 A(28)를 지역의 한 청소업체 대표 B(63)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조합에 채용하는 것을 대가로 사업에 편의를 봐줬다며 이 전 구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6월 1일부터 지난해 3월 31일까지 B씨가 대표로 있는 협동조합에 채용돼 급여와 4대 보험료등 2380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당시 A씨가 중고자동차 판매업을 하고 있었지만 일정한 벌이가 없었고, 부모와 함께 살며 경제적으로 부모에게 의지하고 있었다고 봤다. 이 전 구청장이 A씨를 실질적으로 부양하고 있다고 보고 피부양자인 A씨가 대신 돈을 받았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A씨에게 제공된 2380만원을 이 전 구청장에 대한 직접적인 뇌물로 보고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가 대부분 뒤집혔기 때문이다.

검찰은 취업 전 A씨가 부모에게 생활비를 의지했다고 주장했지만, A씨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전역 이후 부모에게 생활비를 지원받은 적 없고 중고차 판매업을 통해 자신의 생활비를 벌어 썼다고 했다.

검찰은 또 A씨가 치킨집을 창업하면서 부모에게 2380만원을 지원 받은 사실을 제시했지만, A씨는 2013년2월부터 2014년 8월까지 4차례에 걸쳐 이를 모두 갚았다.

재판부는 법정 증언을 토대로 “급여는 아들에게 제공됐고 이익도 아들이 봤다”며 “아들의 취업이 이 전 구청장의 이익으로 연결된다는 구체적인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혐의 적용에 있어서도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부는 취업 청탁 여부를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측 스스로 취업 청탁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따로 판단할 필요가 없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검찰이 이 전 구청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뇌물수수 한가지다.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예비 적용했을 경우 적어도 무죄는 나오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윤대기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천지부장은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가 제3자 뇌물제공죄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흥수 전 구청장이 아니라 제3자인 아들이 이익을 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지검 관계자는 “검찰과 재판부가 쟁점에 대한 판단이 달랐을 뿐 수사 과정 등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항소를 제기하면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예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