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경영난으로 예산확보 불가”

부평구 십정동 지역을 관통하는 345킬로볼트 고압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에 대해 한국전력 측이 경영난으로 사업 추진이 불가하다는 의사를 밝혀, 지중화 사업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십정동 송전탑 지중화 추진은 당초 목화연립주택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조합 측이 재건축 부지에 위치한 4호 철탑 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동아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으로 인해 이설이 중단되면서 비롯됐다.

이를 위해 목화연립재건축조합은 고압선 지중화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부평구에 제출했으며, 조진형(부평갑) 국회의원 등에게도 민원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부평구는 인천시에 지중화 사업을 요청했고, 시도 예산 확보에 어려움은 있으나 긍정적인 의사를 밝혀왔다.

시는 시와 한전이 매칭 펀드로 연차적으로 예산을 지원하면 사업이 가능하다고 판단, 지난 달 16일 행정부시장 지시사항으로 지식경제부에 지중화 사업을 건의했다. 시는 인천지역 발전소 건설과 관련해 지식경제부 등에 지중화 사업을 요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신인천 전력지중화 추진위원회(이하 지중화 추진위)’가 지난달 19일 개최한 전력선 지중화 추진을 위한 주민설명회에서 조진형 의원 등도 연차적 사업 추진으로 지중화 사업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중화 추진위 측은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뿐 아니라 송전선로 관통지역 주변에 7개의 학교와 부평도서관 등이 밀집해 있어 학생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으며,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지중화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천시의회 고진섭 의장은 “기존 주민들이나, 재개발과 재건축을 하는 주민 모두가 살아남는 방안은 지중화밖에 없다”면서,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시와 한전이 협의해 사업비를 연차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진형 의원도 “전국적으로 지중화 요구가 많으나 예산 문제로 어려움이 있고, 한전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은 있지만, 한전과 지식경제부와 협의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한전 측은 경영난의 장기화로 인해 사업 추진에 어렵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전 인천전력관리처 송전운영부 관계자는 “한전의 경영 여건이 매우 좋지 않아 예산확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업 추진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10월 조진형 의원 지역 사무실에서 개최된 지중화 관련 관계기관 협의에 대해서도 “지중화 관련 관계기관의 의견수렴 차원이고, 한전 측은 사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면서, “이행 당사자가 사업비 100%를 책임지지 않는다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지중화 추진위에 참여하고 있는 목화연립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재정적 부담을 이유로 한전 등에서 지중화를 꺼려하지만, 정치권에서 의지를 갖고 추진한다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고압 송전탑으로 인해 재건축뿐 아니라, 십정동 인근 주민들은 큰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지중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십정동 고압선은 가좌변전소에서 광명시와 시화공단과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의 전력 공급을 잇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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