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발 동동 구르지만 행정기관 대책 못 내놔

▲ 지난 2일 백운초등학교 앞에서 송전탑 설치 반대 집회가 진행됐다

십정동 백운초등학교 학부모들이 학교 주변에 건립 중인 송전탑을 옮겨 달라며 지난 2일부터 3일째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행정관청인 구와 시, 교육청은 송전탑 이전에 따른 문제에 대해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고 있어 주민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처지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송전탑은 목화연립이 재건축을 추진하며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지난 2001년 11월 도시계획시설(전기공급설비)변경결정 및 사업승인이 났으며, 이에 대해 인근 용우빌라 주민들의 민원으로 2004년 6월 철탑 이설 변경이 재차 요구됐다.
이후 다시 철탑 기초가 공원산책로에 저촉돼 지난해 11월 철탑이설 변경 사업계획 변경승인 신청이 접수돼 올 3월 사업계획변경 승인이 최종 처리됐다.

 

주민들 발만 동동, 등교거부 사태로 이어져

송전탑 이전 설치에 대해 반발이 가장 심한 곳은 십정2동 신동아아파트다. 이곳 주민들은 “고압 송전탑에서 나오는 나쁜 전파로 인해 아이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게 된다”며 행정관청인 구와 시에 대책을 요구하며 항의 방문과 책임자 면담을 지난 1일부터 계속 진행했다. 하지만 어느 행정 관청도 주민들의 이런 답답한 심정에 대해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주민들 100여명은 지난 1일 북부교육청을 찾아가 송전탑 이전 절대 불가 입장을 밝혔지만 교육청 관계자들은 “송전탑 이전은 구청과 시 관할 업무”라고 회피했다. 이에 2일 백운초교 재학생 1천96명 중 594명이 정상 등교를 거부했으며, 학교측의 설득으로 오전 중 200여명의 학생들이 학교에 나왔으나 나머지 400여명은 끝내 등교를 하지 않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또한 5일과 6일에도 등교 거부사태는 계속됐으며 백운초교 학부형들을 중심으로 5일에는 시와 구에 대책을 요구하는 항의 방문을 진행했고, 6일에는 구청, 목화연립 재건축 조합, 주민 등이 참석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행정관청 모두 “송전탑 이설 불가피”

북부교육청 재무과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인근 주택가 위를 지나던 기존 송전선이 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해 공원 쪽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송전탑 이설이 적법한 절차와 안전 검사 등을 통과됐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허가 관청인 구청 역시 “적법한 행정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허가 취소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구청 관계 공무원은 “주민들의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구는 주민들이 낸 사업 신청에 대해 행정적 절차를 밟아서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난감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계발계획과 김창호 과장은 “해당 자치구의 문제이지 우리의 소관 업무가 아니”라며 “송전탑 이전은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의제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송전탑 이전 공사의 실질적인 책임을 갖고 있는 한국전력인천전력관리처는 올 2월 일부 주민들의 송전탑 이전 반대 진정에 대해 “송전선의 지중화는 지하 공동구의 설치 등으로 200억원 이상의 비용과 장기간(약 40개월)이 소요되며, 기존 선로에서 고도화는 강관의 주문제작 및 송전선 공사기간 중 우회선로 별도 설치 등으로 30억원 정도 추가 비용이 소요돼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지난 6일 진행된 주민 간담회에 한전 측 관계자가 출장을 이유로 참가하지 않아 주민들의 입장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는 기회마저 없어 현실적으로 학부모들의 요구가 수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학생들의 등교거부 사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있다.

 

전자파 피해 논란

십정동 송전탑 설치 반대를 주장하는 일부 주민들은 외국의 논문을 들며 송전탑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소아백혈병과 근육종양 등의 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사비츠 보고서’, ‘페이칭 보고서’, ‘미국 국립 암 연구소‘의 자료를 일부 인용해 아이들의 건강에 유해가 갈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송전탑 이설 반대 집회에 참가한 주민 김찬미(십정2동·가명)씨는 “아이들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는 34만5천 볼트의 고압 송전탑을 반대한다”며 “송전선을 지중화해 주거나 송전탑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목화연립재건축조합 관계자들은 “우리는 그런 송전탑을 10년 넘게 머리에 지고 살았지만 어느 누구도 송전탑 이전 반대 주민들의 주장하듯 암이나 백혈병에 걸리지 않았으며, 현 송전탑 인근 (부평서)여중에 훨씬 가깝지만 학생들 역시 피해가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밖에 조합 관계자는 “2002년 9월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전기연구원에 의뢰한 기술자문 보고서에 따르면 송전탑 이전에 따른 큰 피해는 없다”며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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