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 골프장, 군사시설보호구역 형질변경이 관건
시민단체, “형질변경 부동의 원칙 지켜라”...17사단 측 “작전상 가능 여부 검토할 것”

▲ 20년째 계속되고 있는 계양산 골프장 건설 찬반 논란은 인천시, 계양구, 롯데건설, 주민 사이에 불신과 반목 등 사회적 갈등만을 낳고 있다.<부평신문 자료사진>
롯데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계양산 골프장 건설 승인 여부에 국방부가 절대적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골프장 건설에 반대 입장을 밝혀온 시민단체가 “국방부가 왜 2년 동안 침묵했는지 의문스럽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골프장 예정부지인 목상동 17사단 군부대 앞 약 58만 1491㎡가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해당하는 것으로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골프장 건설 승인 여부의 키를 국방부가 쥐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12월 23일 <인천신문> 보도를 통해 밝혀졌고, 골프장 건설 반대 입장을 밝혀온 ‘계양산 골프장 저지 및 시민자연공원 추진 인천시민위원회(이하 인천시민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 17사단 ‘토우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가 지금까지 침묵을 지켜온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토우부대는 인천지역 향토 부대로 대전차 미사일 부대로 알려져 있다. 이 부대는 목상동 골프장 예정부지의 형질변경에 대해 두 차례 ‘부동의’ 의견을 인천시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천시민위원회는 인천시가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을 수립할 때 해당 지역의 형질변경을 군부대가 동의해줬다며 의문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인천시민위원회는 이날 “2011 수도권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수립을 위한 2년 동안의 논란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이 왜 이제야 드러났는지 의문”이라며, “형질변경이 추진되는 구역은 2006년 당시 탄약 폭발물 관련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해당된다. 계양구 다남동 근린공원의 30필지에 대해 ‘부동의’한 바 있는 국방부가 골프장 형질변경 구역인 목상동 일원에 대해 협의 의견을 제출하지 않은 연유가 무엇이냐”고 구체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2011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과 관련해 군부대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계양구 다남동 32의 2번지 일원 등 20필지 13만㎡가 군사보호구역에 해당돼, 근린공원 조성부지에서 빼기도 했다.

이어 인천시민위원회는 “대규모 형질변경구역을 포함하고 있는 목상동 골프장 예정부지에 대해 17사단 측이 부동의 의견을 갖고 있다는 데 환영의 뜻을 표한다”면서, “이익진 계양구청장과 롯데건설 측이 17사단을 방문하는 등 전방위적 로비를 벌이는데, 국방부와 17사단 측이 끝까지 흔들림 없이 ‘부동의’ 원칙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천시민위원회 노현기 사무처장은 “근래에 제2롯데월드의 사례에서처럼 재벌 앞에 흔들리는 국방부의 모습을 봤기에 우리는 우려할 수밖에 없고, 민간인들의 건축을 규제해왔던 군이 롯데건설의 골프장 개발을 동의해주는 특혜를 베풀 경우 인천시민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익진 계양구청장과 17사단 사단장,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날 2시 무렵 현장실사를 거쳐 오후 3시에 회의를 가지려 했으나, 시민단체의 집회 등으로 인해 이날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이와 관련, 계양구청 측은 “구청장님 일정으로 잡혀 있었으나, 취소됐다”고 밝혔고, 17사단 측도 “실사 등은 사단장실에서 취소 통보돼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천시민위원회의 의문 제기에 대해 17사단 공보 장교는 “최종 판단은 국방부에서 하며, 우리는 작전성만을 검토한다”면서, “이날 회의는 진지 구축ㆍ관측ㆍ화력 동원 가능 여부를 타진하기 위한 작전성 검토 회의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시민단체의 반대 집회 등으로 취소됐다”고 말했다.

또한 “동의와 부동의 여부는 아직 판단되지 않았고, 새로 취임한 사단장이 실사 차원에서 회의를 열려고 했으나 오해의 소지가 있어 취소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롯데건설이 계양산 북사면 개발제한구역 내의 사유지에 27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비롯됐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지역주민은 이를 반대했으며, 롯데건설은 골프장 건설을 4차례나 추진해 갈등은 2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1989년 대양건설(주)이 18홀 골프장과 위락단지 건설을 추진해 ‘환경갈등’이 시작된 이래, 20년이 지났지만 개발을 추진하는 기업, 이를 방관 또는 비호하는 지자체와 시민사회의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롯데건설은 1998ㆍ2000ㆍ2003년 골프장 건설을 추진해 시민단체와 마찰을 빚었으며, 2006년부터 다시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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