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친일-반일 격돌에 “친일파 가리는 법정 아니다”

일제하 대표적 친일파로 알려진 송병준의 후손 송돈호씨 외 14명이 제기한 부평미군기지 땅 소송 재판이 친일파 송병준과 일제의 을사 강제조약에 분개해 자결한 우국지사 민영환 선생의 과거행적에 대한 격돌의 장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3부(이혁우 부장판사)에서는 송병준의 후손 송돈호씨 외 14명이 2002년 9월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원인무효로인한소유권등기말소‘ 관련 소송 재판이 진행 됐다.
이번 재판은 2002년 9월 소장이 접수된 이래 지난해 1월과 2월 두 차례 변론이 열린 뒤 14개월이 지나서 다시 열리게 됐다.
이날 독립당사자로 소송에 참가(타인간에 민사소송이 계속되고 있는 경우에 그 소송의 원고 및 피고를 상대로 하여 제3자가 당사자로서 소송에 참가하는 일)한 민영환 선생의 후손 측 법정대리인은 송병준의 친일 행적을 적극 거론했으며, 이에 송씨 후손 측 대리인도 “독립당사자들의 선대 민영환이 친러파인 것도 문제”라고 반격했다. 이에 재판부는 “땅 소유권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며 재판이 다른 방향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또한 재판부는 최근 민 선생의 후손 측이 “송씨 후손들이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부평구 산곡동 일대 땅 11만평의 소유권이 사실은 자신들에게 있다”며 재판부에 제출한 송병준의 친일 행적을 집중 성토한 변론요지서에 대해서도 “이 사건은 땅의 소유권에 관한 것이지, 원고들의 선대가 일제 치하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가리는 법정이 아니”라며 “간접사실도 재판 진행에 필요하다는 주장을 자제해주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그 동안 심리가 지연된 것에 대해 미안한 생각이 있다”며 “집중적으로 심리해 이른 결론을 내고 싶다”고 말해 재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민영환 선생의 처 박아무개씨와 송병준 간의 부평미군기지 땅 관련 1910년대 항소심 재판 기록이 발견되고, 송병준 후손이 당초 2천900여 평에 대한 소유권 주장에서 부평미군기지 땅 상당부분에 대해 소유권을 확대 주장,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져 다음달 8일 열릴 다음 변론 등 향후 재판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민영환과 송병준은 어떤 인물?

민영환은 1905년 을사조약에 반대해 자결한 애국지사로 널리 알려진 반면, 송병준은 민영환의 식객으로 있다 무과에 급제, 을사조약 전에는 대표적인 친일조직인 유신회, 일진회를 조직해 을사조약 뒤에는 조선총독부 중추원 고문까지 지내는 등 적극적인 친일활동을 해 온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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