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읽는 어른들 - 동화읽는어른모임의 ‘수요모둠’

▲ 동화읽는어른모임의 수요모둠 회원들.
북구도서관 어린이도서연구회 ‘동화읽는어른모임’은 2년 동안 신입 공부를 한 후 선배기수들과 섞여서 또 다른 공부를 한다. 우리 역사와 철학 등 다양한 책읽기를 통해 이 모임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 ‘동화읽는어른모임’에 들어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신입 공부를 마치고 몇 년을 공부하다보면 아이는 어느새 고학년이 되고 중학생, 고등학생이 된다.

“동화공부에만 머물다가는 훌쩍 자라난 아이와 맞춤 책읽기가 안 되기에 청소년 문학 책읽기 모둠을 만들게 됐다”고 김정임 ‘동화읽는어른모임’ 부평지회장은 말한다. 수요모둠이 바로 그런 모임이다.

수요일, 북구도서관 4층에서 모임을 갖는 수요 모둠은 보통 회보로 공부한다. 회보는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발간한 ‘동화 읽는 어른’이란 제목의 월간지다. 책 소개 글이 대부분이고 때로는 회원들의 사는 이야기도 실린다.

지난 9월 15일 수요모둠 토의공부에는 회원 11명 중 10명이 참석했다. 수요모둠에서 가장 오래된 최명심 회원은 9기로서 7년째 활동 중이다. 10기 김현숙ㆍ홍미숙ㆍ김영옥ㆍ김정임 회원, 12기 방순주ㆍ노진희ㆍ최도란 회원, 13기 김현신ㆍ김은경 회원이다.

토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홍미숙 회원이 청소년기 아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며 가방에서 책 3권을 꺼냈다. 아베나쯔마루 작가의 <보이지 않는 적>, 이현 작가의 <우리들의 스캔들>, 정유정 작가의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모둠 회원들은 릴레이독서를 하고 있다.

책 건네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토의수업에 들어갔다. 우선 7월 회보에 실린 최혜경(동화읽는어른모임 강원지부장) 회원의 글을 읽고 각자의 생각을 주고받는다.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며 행복해하는 ‘동화 읽는 어르신들’이란 주제로 쓰인 글이었다. 글을 읽고 최명심 회원의 말로 토의는 시작됐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책읽어주기를 하시는 것은 앞으로 우리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인 것 같아요. 할머니가 돼서 이런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이에요”

어린이도서연구회 편집국에 있는 홍미숙 회원은 이 글을 편집할 때 편집국 사람들도 심각하게 이야기했다고 대꾸했다. 그리고 15년 된 부평지회에도 거쳐 간 사람들은 많지만 결국 남아있는 사람들도 최혜경 회원의 글처럼 모임에 남아있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현재도 고민한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회원들은 아이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다닐 때 모임을 시작했는데, 중학생이 되거나 지나면 한번쯤 고민하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회원들은 이런 이야기와 함께 아이들의 공부와 체력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주고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타계한 권정생 선생의 구전동요에 대한 글을 읽은 이야기, 안양지회 회원이 쓴 ‘장수풍뎅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수필을 보고 부평지회에서도 이런 글을 많이 내보내자는 이야기, 홍미숙 회원이 임길택 시인의 ‘기다림3’이라는 동시를 읽고 쓴 감상글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토의를 마쳤다.

▲ 동화읽는어른모임의 수용모둠 회원들이 토론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모임을 마친 후 도서관 뒤편 숲속에서 최명심 회원과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있었다.

최 회원은 모임에 함께한 배경에 대해 “처음에는 평택도서관의 주부 독서모임이 있었죠. 그 모임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도서관에서 주관한 동화모임을 하다가 동화읽는어른모임을 알게 됐어요. 1년 정도 평택에서 하다가 부평으로 이사 와서 아직까지도 하고 있네요. 만나는 사람들이 좋다보니까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동화책도 좋지만 나는 내 책 읽는 게 더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 모임하면서 달라진 점이 없냐고 물었더니, 처음과는 다르게 나태해졌단다. “일주일에 한 번 목요일 3시에 맑은샘도서관(청천동 소재)에서 그림자극 공연하는 거 해야지, 동화모임 책 읽어서 모임 해야지,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것 있는데 또 그 공부해야지” 그는 바쁜 일상에 대해서도 터놓고 이야기했다.

1시간가량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그루 플라타너스 나무 안에서 한 무리의 새들이 머리를 맞대고 재잘거리고 있었다. 마치 무슨 모임이라도 하듯.

동화읽는어른모임의 뿌리
동화읽는어른모임의 뿌리는 서울양서협동조합운동에서 찾을 수 있다. 양서협동조합은 1970년대 유신독재정권에 대한 학생중심의 민주화운동이 사회화되면서 시민이 중심이 돼 시민을 조직한 문화운동단체로서, 어린이도서연구회는 1979년 양서협동조합 소모임인 어린이독서연구모임으로 시작했다.

어린이독서연구모임의 처음출발은 교사가 활동 주체였으나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게 하기 위해서는 어린이 책의 실제 구매자인 학부모가 어린이 책에 관심을 갖고 읽어야한다는 생각에 어린이 책에 대한 대중강의를 한 것이다. 강의를 들은 학부모들이 모임을 꾸린 것이 1993년 동화읽는어른모임의 탄생이다.

1993년 부평, 광명, 안동, 시흥을 시작으로 동화읽는어른모임은 첫 출발했고 현재는 전국적으로 3000여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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