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의제, 여성화 등 시대변화에 따른 고민 흔적 발견

▲ 9월 6, 7일 부평공원에서 열린 제21회 인천노동문화제에서 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 노래패 '해오름'이 개막공연을 하고 있다.

9월 6, 7일 부평공원에서 제21회 인천노동문화제가 열렸다. 주제는 ‘다른 세상을 향한 로그인’이다. 새로운 20년을 ‘팡파르’가 아닌 ‘로그인’으로 시작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지난 20년간 인천노동문화제를 관통하는 근본주제는 ‘인간권리선언’이었다. 1987년 민주항쟁 관성이 20년간 지속된 셈이다. 그런데 네트워크 사회의 등장으로 철로를 닮은 산업사회의 지각변동이 일어나자 그 현실의 변화를 ‘로그인’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변화는 물리적 공간에서 시작했는데, 2007년 인천노동문화제는 녹지공간인 인천대공원에서, 2006년은 휴식공간인 옛 인천시민회관 터에서 진행했다. 비약적으로 요약하면 인천노동자의 공론영역은 노동운동의 투쟁지였던 1987년 부평역(효율과 기능 중심의 산업사회)에서 부평공원(군부대에서 시민공원으로 탈바꿈한 자율과 자치 공간)으로 이동한 셈이다.

2008년 제21회 인천노동문화제는 이러한 변화가 물리적 공간에서 언어로 내면화하여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몇 년 전까지 노동문화제는 나부끼는 붉은 색과 거친 투쟁을 떠올리게 했다. 현장을 중시하는 시민 없는 노동자만의 행사였다. 그러나 장소의 변화는 외연을 확장했다. 노동 현장으로부터의 이탈처럼 보이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노동자(단수)의 ‘선언’이 노동을 필요로 하는 세상과 사람들(다원성)의 시민사회로 ‘접속’하는 진화를 이루었다.

실제로 본격적인 개막을 알리는 공연 전부터 이미 부평공원에 설치한 여러 단체의 천막에서는 공원에 놀러온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들의 취지를 알렸다. 그 중 장애인 요양시설 ‘소망의 집’은 ‘정신장애인의 편견해소를 위한 2008가치창조캠페인’으로 ‘사랑의 허브’를 시민들과 나누었고, 지역청소년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공원 밖으로 거리행진을 했다.

또 개발주의로 인해 지역사회의 큰 이슈인 계양산 골프장 저지 인천시민대책위원회와 산업도로 공사로 지역공동체가 위험한 배다리 헌책방거리의 사진 전시, 그리고 노동계의 화제인 기륭노동자들의 메시지도 있었다. 이처럼 노동뿐 아니라 장애, 생태, 복지, 여성, 연극, 음악, 영상 등 다양한 문화주체와 부문을 시민과 교류할 수 있는 장(場)과 프로그램이 있었다.

제21회 인천노동문화제에서 주목할 것은 행사주체의 여성화와 그로 인한 소프트화이다. 개막 공연을 한 공무원노조 ‘씨밀레’의 구성원 대부분은 여성이고, ‘해오름’은 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 노래패이다. 또한, 인천여성노동자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도 거의 여성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참여한 시민 대다수는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와 여학생이 많았다.

문화인류학자 헨렌 피셔는 <제1의 성>에서 ‘미래는 여성의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는 소프트 파워의 핵심인 에프 파워(F-power), 즉 감성(feeling), 상상력(fiction), 유연성(flexible), 여성성(female), 친밀성(friendly)이 목표지향적인 남성보다 관계지향적인 여성으로부터 발산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이 인천노동문화제에 투영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주목할 만하다.

▲ 인천노동문화제.

인천의 대표적인 축제는 송도 락페스티벌, 부평풍물대축제, 그리고 인천노동문화제를 들 수 있다. 그 중 송도 락페스티벌은 3년의 짧은 역사에 비해 가장 많은 예산이 투여된다. 그러나 시민의 수혜는 가장 적다. 저항과 일탈과 비판이 거세된 락이 고가의 상품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시장과 자본을 위한 쇼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부평풍물대축제는 10년이 넘는 역사와 가장 많은 인원을 동원해 시민에게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시민 참여도는 떨어진다. 관주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관성화와 부패, 그리고 지역문화예술인을 소외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천노동문화제는 가장 적은 예산과 가장 적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긴 역사를 지닌 문화축제이다. 시장과 자본으로부터 소외되고,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은 문화행사가 이토록 질긴 생명력과 넓은 계층을 포용할 수 있었던 것은 관계자들의 노력과 헌신, 그리고 시대변화에 따른 자기모색과 자기쇄신의 투철함이 있었기 가능해 보인다.

우리가 인천노동문화제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는 바로 시대변화에 따른 고민과 실천을 그 속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한섬 시민기자는 부평5동에 살고 있으며, 소설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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