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트악기ㆍ콜텍 노동자들, 인천국제악기전시장서 폐업철회 촉구

▲ 2008 인천국제악기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송도 컨벤션센터 정문에서 콜트악기 여성노동자가 모형 기타를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9월 4일 오후 2시께 고층빌딩이 들어선 송도산업개발단지의 높은 마천루를 지나 ‘2008 인천국제악기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컨벤션센터 주변으로 콜트악기ㆍ콜텍 노동자 30여명이 피켓과 모형 기타를 들고 서있다.
피켓과 모형 기타에 적힌 ‘우리는 일하고 싶다’는 글귀가 그들이 왜 거기에 서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컨벤션센터 앞에선 삼엄한 경비 속에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과 연대 단체 회원 등 100여명이 모여 ‘위장폐업 철회, 공장 정상화 쟁취를 위한 콜트악기ㆍ콜텍 노동자 결의대회’ 열고 있다.

정리해고 된지 1년이 넘게 복직투쟁을 하며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의 일부 승소판결을 받아냈지만 끝내 공장폐업(콜트악기 2008.8.31./ 대전 콜텍공장 2007.3.9.)을 겪어야했던 해고노동자들의 회사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아직 끝나지 않은 채, 콜트악기 박영호 사장과 면담 자리를 마련코자 2008 인천국제악기전시회장에 모인 것이다.

14년 흑자행진, 2006년 적자 발생하자 대량 정리해고

노조에 따르면, 콜트악기는 1973년 자본금 200만원으로 사업을 개시한 이래 콜트악기(부평), 콜텍(대전), 인도네시아, 중국 등 6개 법인으로 확장, 세계 기타 시장의 30%를 점유할 정도로 성장했다. 1992년부터 2005년까지 3억원에서 37억원 규모로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오며 기타 시장 점유에서 놀라울 만한 성과를 이어왔다.

그러나 2006년 콜텍, 2007년 콜트악기의 노사교섭이 장기화되고 생산직 노동자의 정리해고, 명예퇴직 권유, 임금․단체협상 결렬, 장기 농성, 노동자 분신 사건 등 사태가 악화되면서 결국 사측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두 공장 모두 폐업에 이르고야 말았다.

노사 갈등은 2006년 신용평가기관에서 AAO(우수), CFI(현금창출능력 우수) 평가를 받고 14년 동안 흑자를 내던 콜트악기 부평공장이 처음으로 당해년도 적자가 발생하자 전체 생산직 노동자 160명 중 56명을 정리해고하면서 시작됐다.

50여명, 폐업철회ㆍ회사정상화 촉구하며 1년여 농성

이때 노조 측은 곧바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 인천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38명의 인원에 대해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사측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항소를 거듭하면서 20년 동안 성실히 일해 온 노동자들과의 상생의 원칙은 지켜지지 못했다.

대전 콜텍공장도 2005년 중국공장 설립과 관련한 단체협상 갈등으로 사직 강요, 임금 체불, 관리자와의 불화 문제 등이 장기화됐고,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지난해 3월 폐업신고에 이르렀다.

현재 두 공장 소속 50명의 노동자들은 폐업 철회와 회사 정상화를 요구하며 1년이 넘게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 4일 오후 2시, 국제악기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송도 컨벤션센터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과 연대 단체 회원 100여명이 모여 '콜트악기ㆍ콜텍 위장폐업 철회, 공장 정상화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 사회를 맡은 전국금속노동조합 인천지부 콜트악기지회 김의균 사무국장은 “생산직 노동자들 대부분의 연령이 40~50대로, 오랜 세월 나무 분진과 소음으로 가득한 작업현장에서도 회사의 발전을 위해 묵묵히 일해 온 죄밖에 없다”며 “근골격계 질환과 만성기관지염 등 남은 것은 질병으로 인한 고통뿐이다. 하루빨리 회사를 정상화시켜 일할 권리를 되찾고 싶을 뿐이다”고 말했다.

최근 새로 선출된 방종운 지회장은 “콜트노조 21년의 역사 동안 이익 분배의 불공평성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문제였다. 끝내 힘없는 노동자들이 할 수 밖에 없는 정당한 파업권을 통해 상급관리자에게만 돌아가는 임금혜택과 차별을 없애려고 했을 뿐이다”며, “비정규직 양산과 생산직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처우개선을 위해 사측이 적극적으로 노력했더라면 공장폐업이라는 무리수를 두지 않았을 것이다”고 호소했다.

제도 보완 등 문제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또한 민주노동당 부평구위원회 한상욱 위원장은 연대사를 통해 “1년이 넘게 천막농성을 하면서 배고픔과 추위를 견디며 일할 권리를 달라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한 사측은 하루빨리 폐업을 철회하고 회사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한다”며 “전국에 걸쳐 있는 이러한 문제 해결에 정부가 구체적으로 제도 보완책을 제시하고, 노동자들의 아픈 절규를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콜트악기ㆍ콜텍 노동자들은 6일까지 국제악기전시회가 열리는 동안 피켓시위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며, 전시회에 방문하는 외국 바이어들에게 악기를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처한 어려움에 대해 알리고자 영문으로 된 전단지를 나눠주며 국제적인 도움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정민 시민기자는 산곡2동에 살고 있으며, 방송통신대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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