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지역에서 일구는 대안의 삶, 스스로 서서 미래를 만드는 대안공동체 ③

연│재│순│서
1. 대안 공동체 운동, 왜 필요한가?
2. 제도권 학교 안과 밖에서 대안의 교육을 키우다
3. 인간과 자연을 살리는 대안 식생활운동
4. 소유가 아닌 나눔 중심의 생활운동, 지역화폐
5.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생태마을공동체
6. 소통과 공감의 마을공동체를 위하여


▲ 유기농업의 귀중함을 교육하고 환경농업 체험을 위해 만든 한마음공동체 황토집.
한 때 ‘밥은 하늘이다’며 먹을거리에 대해 감사하고 귀중하게 여겼던 우리가 이제 각종 화학첨가물과 항생제, 성장 호르몬, 조류독감과 광우병 위협, 유전자 조작식품 등 일그러진 먹을거리로 극심한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이는 우리가 비교적 쉽고 값싸게, 또 배부르게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식품의 대량생산이 수십년을 지나는 동안 우리의 건강과 자연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먹을거리가 인간과 자연의 관계 속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불변의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먹을거리를 생산해 온 농업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자연과의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됐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조차 생명력을 다 해가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현실화 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무엇을 어떻게 먹고 있느냐’는 ‘어떻게 살고 있느냐’를 보여주는 거울이며, 지금 우리는 먹을거리를 둘러싼 삶의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와 대안을 요구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식생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은 새로운 형식이나 제도를 만들고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전통적인 자연에 대한 존중감과 되새김, 자연스러운 관계를 다시 복원하는 일이다.

먹거리에 대한 대안 움직임은 생산지 농촌의 지역자립형 지역농업운동을 중심으로 해서, 농민과 도시 소비자 간의 직거래를 중점으로 하는 생활협동조합운동, 가까이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소비해 불안감을 해소하고 지구환경을 지키자는 로컬푸드운동, 그리고 공정무역과 채식운동 등으로 펼쳐지고 있다.

새로운 지역농업운동 ‘생산자공동체’

▲ 강화도 환경농업농민회는 현재 약 250만평에서 우렁이농법을 통한 친환경 쌀을 생산하고 있다.
1984년 전라남도 장성군 백운교회에 부임한 남상도 목사는 화학비료와 농약의 남용으로 오염된 땅과 지하수, 그리고 자연파괴가 심각해진 농촌의 현실을 접하며 제도적인 방법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해결점을 고민했다. 결국 농약과 화학비료를 배제한 유기농법을 통해 땅과 자연을 살리고 농촌을 살려야 한다는 것, 아울러 농촌과 도시간의 직거래를 통해 농촌의 경제를 회복하고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는 공동체를 형성해야한다고 판단해 1990년 유기농업 영농조합법인 ‘한마음공동체’를 설립한다.

한마음공동체는 유기농업의 귀중함과 농산물 직거래의 필요성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확산시킨다.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현장에 와서 환경농업을 체험하면서 환경농산물에 대한 기술을 습득하고 서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특히 오랜시간 혈통주의 문화가 팽배해 온 농촌의 문화를 지역공동체문화로 다시 세워내기 위해 유기농산물 생산을 중심으로 황토집의 주거문화와 평생교육이 가능한 환경농업교육장 마련, 자연학교와 생태유치원 설립, 농촌문화체험관광 등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생산자의 건강한 지역문화를 통해 생산된 유기농산물은 소비자와 직접 거래를 통해 평가받는다.

서울과 부천, 광주 등 전국 50군데에서 유통의 과정을 통하지 않고 농민과 도시민들이 직접 만나는 한마음공동체 직거래 장터는 농민들에게 소득보장을, 도시민들에게는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인천과 가까이에 있는 강화도에 설립된 ‘강화환경농업농민회’ 역시 친환경 유기농업을 하는 농민들의 공동체다. 농민회 회장인 김정택 목사가 지난 1996년도에 이곳으로 귀농해 청둥오리농법으로 벼농사를 시작하면서 친환경 농법을 확산시키고 강화환경농업농민회를 만들었다. 현재는 약 250만평에서 우렁이농법을 통해 쌀을 생산하고 있다.

초기에 많은 설득과 이해를 통해 강화도 농민들이 농약과 제초제 대신 땀과 노동이 몇 배로 더 들어간 친환경 쌀을 생산하게 되자 여러 생활협동조합들과 직거래를 통한 판로를 개척했다. 하지만 점차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이 늘어나면서 직거래로는 더 이상 안 되게 되자, 학교급식을 통한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는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생산지의 친환경은 농촌과 도시의 소비자가 함께 건강하게 잘 살자는 의미인데, 특히 매일 학교에서 급식을 먹는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이런 친환경 농산물이 공급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급식조례운동을 펼친 끝에 현재는 인천의 370여개 학교에 강화도에서 생산된 친환경 쌀이 공급되고 있다.

현재 강화도환경농업농민회에서는 선두·가능포지구광역 친환경농업단지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길상면과 화도, 양도 등 해당지구 약 799농가가 친환경 농업공동체를 형성해 밭, 논농사와 축산을 중심으로 하되 쌀겨 등 농업부산물을 축산을 위한 사료로 쓰고, 축산분뇨를 농토의 거름으로 사용하는 자연 순환을 펼치는 생태마을을 지향한다.

“농촌과 소비자가 같이 살기 위해서는 유기농 생산과 소비를 함께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질 좋고 안전한 생산물을 근접한 도시지역과 연계해 서로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강화농민회의 역할이자 몫이다”라고 말하는 김정택 회장은 도시에서 사람이 오는 농촌이 되기 위해 교육공간이 보장되는 것을 기본으로 20에서 40가구의 소단위 생태영구임대주택 건설도 마음에 두고 있다.
비단 농산물뿐 아니라, 축산에 있어서도 유기축산을 고민하고 시행하는 공동체도 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 농업방식이던 유기축산이 생산성만을 쫓기 시작하면서 성장촉진제·항생제를 사용, 심각한 환경오염과 건강을 위협하는 무서운 결과를 낳은 것이 현재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왜곡된 농업방식을 끊어내고 땅을 논밭일과 가축 기르는 일이 서로 순환하는 전통적 농업방식을 펼치고 있는 전남 홍성 유기농영농조합이나 장흥 한농복구회, 그리고 지난 2006년 출범한 한국유기축산조합 등 유기농업과 함께 땅을 살리고 소비자의 건강을 살리는 생산자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늘고 있다.

소비자가 스스로 먹거리를 지킨다 ‘생활협동조합’

▲ 한살림 서부지부(준) 조합원의 요리모임.
경기도 부천 한살림 매장에 마련된 사랑방에 모인 서부지부(준) 소속 조합원들은 한 달에 두 번씩 제철 재료를 활용한 친환경 요리모임을 진행한다. 지난 7월에 열린 모임에서는 감자와 두부를 주재료로 해 ‘두부김밥’과 생감자를 얇게 채쳐 순두부 소스를 뿌려먹는 ‘감자 샐러드’, 그리고 ‘감자두부장떡’ 등을 만들었다.

모든 음식은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되도록 불을 이용한 조리과정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부천과 부평에 사는 조합원들의 가입 동기는 대부분 ‘가족을 위한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받기 위함이다. 매장을 이용하거나 배달을 통해 믿을 수 있는 친환경 농축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합원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교육과정과 모임에 참여하다보면, 안전한 먹을거리는 생산자의 몫만이 아니라 소비자의 믿음과 실천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요리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조합원 김영임씨는 “모임을 통해 내가 먹는 먹을거리 안전을 넘어 우리 아이들에게도 건강한 먹을거리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좋은 먹을거리를 고르는 것만이 아니라, 소비자인 우리 스스로가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고 지키는 실천이 무엇보다 필요함을 알게 됐다”고 전한다.

한살림은 ‘생산과 소비가 하나’라는 관점에서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지키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진다는 기치의 생명살림운동을 펼치는 비영리단체다. 현재 전국 19곳의 한살림과 80여개의 매장에서 1700여명의 생산자 회원과 15만명의 소비자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한살림이 보여주는 것처럼 현재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는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역을 기반으로 친환경 농업을 일구는 생산지를 지원해 공급되는 안전한 먹을거리는 많은 소비자들의 밥상이 건강하게 채워질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공동으로 출자하면서 농가와 직거래를 하는 공동체가 바로 ‘생활협동조합’이다.

여성민우회생협, 두레생협, 에코생협, 푸른생협, iCOOP생협 등의 생활협동조합들은 생산자와 조합원의 신뢰관계를 기초로 움직이며 이를 위해 조합원들은 주기적으로 생산지를 견학하기도 한다.

소비자가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받기 위해 생산지의 건강한 환경을 고민하게 되고, 자신의 생활에서 실천하게 만든다. 또 체험을 통해 생산지의 어려움을 함께 해소하기도 하고 일손을 돕기도 한다.

생활협동조합 등의 공동체는 먹을거리를 둘러싼 단순한 이해관계를 넘어 함께 살기 위한 상생의 삶의 양식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와 생산자, 지구를 살리는 ‘로컬푸드운동’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서는 결국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해야 한다는 결론과 함께, 우리의 식생활 패턴이 지구 전체의 자원과 환경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인식, 다시 말하면 먹을거리의 선택과 지구환경문제의 관계성에 대한 인식도 점차 커지고 있다.

대량의 식량을 장거리 수송해 수입되고 있는 현실의 문제는 이동할 때 사용하는 트럭과 선박, 비행기 등 운반수단에서 엄청난 화학연료 에너지를 사용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먹을거리 수송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결국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지구환경을 위협한다. 또한 먹을거리의 장거리 운송은 식품의 변질을 막기 위해 방부제 처리 등을 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건강에도 해가 된다.

따라서 먹을거리의 안전성, 유통기한 등의 선택기준에 더해서 가급적 가까이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소비하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데, 바로 ‘로컬푸드운동’이 그것이다.

현재 전남 나주의 경우는 학교급식지원조례를 시장 발의로 제정한 후 122개 전 교육시설에 친환경 급식이 시행되고 있으며, 급식 재료의 90% 이상을 지역에서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얼마 전에 경북 문경시도 로컬푸드시스템을 구축해 쌀과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로컬푸드운동의 확산은 에너지 낭비를 막고 환경오염을 줄이며, 친환경적이고 생산일이 오래되지 않은 싱싱한 지역의 농산물 공급을 보장한다.

생산자 역시 가장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방법을 통해 농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어 모두의 건강과 행복을 지킬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지구의 환경문제에 대한 또 다른 실천이 될 것이다.

먹을거리를 통해 인간과 자연, 지구의 관계를 새로 정립할 수 있음을, 그러기 위해서 적극적인 식생활 대안운동과 실천을 더욱 활발히 전개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이 기사의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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