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부평지킴이 - 부평구 생활체육테니스연합회

▲ 사진 왼쪽부터 차구부(53) 사무국장, 서동수ㆍ하승진ㆍ차세룡 고문, 김치호(56) 회장.
요즘 제3세계 일부 국가에서 한국을 배우기 위해 오는 이유 중 하나가 새마을운동이라고 한다. 새마을운동을 떠올리면 박정희 대통령이고, 박정희 대통령하면 독재정치와 동시에 산업화가 떠오르지만, 그들에게 한국의 새마을운동은 뭔가 특별한 것이 있나보다.

새마을운동의 공과 실을 논하고자 함이 아니다. 다만 새마을운동이 생활체육에도 영향을 끼쳐 지금에 이르게 됐다는 것만은 역사적 사실이기에 언급했을 뿐이다.

부평구에는 28개 종목에 걸쳐 생활체육연합회가 구성돼 있는데, 그중 오래된 단체 가운데 하나가 바로 부평구생활체육테니스연합회다.

바로 이 생활체육의 전신이 새마을운동과 관련이 깊다. 박정희 대통령 사망 후,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이 된 그해 1980년, 자신의 치부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하던 때 그의 동생 전경환이 새마을체육회를 만들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부평에 테니스클럽이 창설되고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76년 무렵이다. 현재 부평구테니스연합회 고문을 맡고 있는 차세룡(80), 서동수(76), 하승진(71) 선생들의 말에 따르면, 부평에 최초로 설립된 클럽은 부평테니스클럽(1976년)이고 그 이듬해 부평영화테니스클럽이 창설됐다.

하승진 고문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라켓이 변변치 못했어. 나무라켓이었는데, 생김새가 꼭 배드민턴라켓처럼 생겼는데, 나무막대기에 나무로 된 림(rim)이 연결된 라켓이야. 거기에 나일론실을 엮어 만든 라켓인데, 그걸 가지고 테니스를 했던 게지. 지금은 아파트마다 테니스코트가 있잖아? 그때는 부평도 죄다 논밭이던 때라 테니스코트라기보다는 흙바닥에 줄긋고 네트를 걸친 게지”

차세룡, 서동수, 하승진 이 세 사람은 부평테니스 보급의 산증인이다. 부평구가 북구이던 시절 당시 구 단위 협의회가 창설되기 전이라, 하승진 고문이 인천 초대 생활체육테니스협회장을 맡았다. 명칭은 앞서 얘기한 것처럼 ‘새마을체육회 인천테니스연합회’였다.

새마을체육회가 훗날(1985) 한국사회체육진흥회로 바뀐 뒤 90년대 이르러 지금의 생활체육테니스연합회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서동수 고문은 “부평클럽이 창설되고 부평영화클럽이 생겼는데, 부평클럽은 주로 학교를 빌려서 이용했고, 부평영화클럽은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효성동에 영화농장이라고 하는 농원이 있었거든, 거기에 테니스장이 있어서 영화클럽이라고 부른 게지. 우리는 지금도 비만 안 오면 테니스장에 나가거든. 하루에 2~3시간 정도씩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해”라고 말했다.

현재 부평구테니스연합회장은 영화클럽 출신의 김치호씨가 맡고 있다. 차세룡 선생에게서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 2003년부터 맡아오고 있다.

김 회장은 “엘리트 체육과 달리 일반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건강을 챙기고 삶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생활체육”이라고 강조했다.

30개 클럽이 속해 있는 부평구테니스연합회에는 3000여명의 테니스 동호인이 활동하고 있다. 인천에서 최고라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부평이다. 이런 탓인지 부평구는 지난 2003년부터 3년 동안 인천시장배를 우승하면서 월드컵축구의 줄리메컵처럼 우승 깃발을 영구 보관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부평구테니스연합회는 테니스의 저변 확대와 더불어 꿈나무 육성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부평에는 청천초, 부평서중, 부평서여중에 각각 테니스부가 있는데, 연합회는 이들에게 매년 지원금과 물품을 전하고 있다.

김치호 회장의 바람은 여전히 생활체육 저변 확대다. 테니스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들도 마찬가지로 활성화되면 그만큼 사회적 이익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여든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올봄 고희(古稀)부 전국대회에 나가 우승을 차지한 차세룡 선생은 “흙과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병원은 가까워지고 건강은 멀어지는 게야. 아흔 살이 되도 아마 나는 테니스코트에 있을 테니 같이 한 게임 하게 기자양반도 테니스 좀 배우라고” 했다.

▲ 87년 부평서중에서 열린 대통령기 전국테니스대회 인천예선전. 맨 왼쪽이 차구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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