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심화에 따른 ‘앵벌이’ 증가 현상

인천지하철 안에서 무릎을 끌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이른바 ‘앵벌이’를 하고 있는 중년 남성의 뒷모습이 힘겨워 보인다.
저녁 9시가 넘은 시간, 인천지하철 안에서 중년 남성이 한 손으로는 나무상자(앵벌이 함)를 끌고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구걸하고 있다.

주변에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나지막한 소리로 신세한탄조의 알 수 없는 노래를 계속 부르며 지하철 승객에게 구걸하는 모양이다. 바닥에 쓸려 지저분한 바지, 며칠은 감지 않은 것 같은 머리, 시커먼 흙먼지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맨발바닥….

승객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는 이 순간, 주변에 있던 한 청년이 1000원짜리를 조심스레 올려놓는다. 그걸 보고 있던 또 한 명의 아주머니가 500원짜리를 던지듯 올려놓는다.

구걸하던 중년남성은 고맙다는 말 대신에 고개를 한 번, 두 번 숙이며 또 다시 노래를 이어간다.

지하철 3량을 이어가며 지켜보다가 조심스레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하자, 중년남성이 경계하는 목소리로 말한다.

“사진은 왜 찍어? 지하철 공안이야? 저리 가!”
“아니요, 기자인데요, 요즘 아저씨 같은 분들 자주 뵙고 안타까워서 사회에 알리려고요”
“기사 쓰고 사회에 알리면 좀 나아지나? 그러지 말고 저리가”
“네, 죄송합니다”
“우리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냐. 누구나 다 이렇게 될 수 있지. 앵벌이를 해서라도 먹고 살아야 돼. 먹고 사는 게 중요하지 남한테 비굴한 게 뭐가 중요해”

중년남성의 차가운 질책 너머로 주변 승객들의 따가운 눈초리마저 느끼며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성급히 뛰쳐나왔다.

우연의 일치일까? 요즘 들어 98년 아이엠에프 경제 환란 시기에 벌어졌던 일들과 유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과 관련해 괴담이 늘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 허정무 감독의 부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켜주었던 메이저리그 박찬호의 상승기류, 그리고 당시 경제팀을 맡았고 환율 위기관리를 잘못 운영해 책임지고 경질되었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비난여론 확산 등.

10년 전 경제위기와 구조조정으로 대량의 실업자가 양산돼 대합실이나 역 내마다 노숙자와 앵벌이라는 직업이 넘쳐났던 그 시절의 위기감이 또다시 괴담으로 떠돌고 있는 것이다.

한때 우스갯소리로 회자되었던 ‘우리 앵벌이나 할까?’가 현실로 다가올 날이 머지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마도 앵벌이가 직업명으로, 안정적인 소득 직업군으로 집단화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지나친 억측일까?
앵벌이에 나선 중년남성이 던진 마지막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먹고 사는 게 중요하지 남한테 비굴한 게 뭐가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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