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아버지 도우려고 한우직거래 나선 도시아들 이야기

▲ 고향 아버지가 키운 한우를 도시로 가져와 직거래 판매하기 위해 구완모(35)씨가 직접 제작해 인터넷에 올린 전단지.
“등심은 얼마야? 불고기용도 파나?” “갈비는? 소꼬리는 너무 비싸겠지?”
“이번에 광우병쇠고기 파동으로 울 아버지도 울상인데 큰맘 먹고서 저렴하게 최고 등급으로 내놓은 거니까 한번 먹어들 보고 판단해보라구”
“그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것이 좋은 것이제”

지난 5월 16일, 부평3동에 거주하는 구완모(35)씨가 고향 강원도 영월에서 아버지가 키운 암소(A1+ 등급) 고기를 인천으로 가져와 직거래로 판매하겠다고 하자 주변에 있는 지인들이 너도나도 사겠다고 주문하는 모습이다. 

참고로 쇠고기 육질 등급은 지방도, 육색, 지방색, 조직감, 성숙도에 따라 고기 품질을 1++, 1+, 1, 2, 3등과 등 외로 구분한다. 또한 양의 등급은 도체중량, 등지방 두께, 등심 단면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A, B, C등급과 등 외로 구분한다.

“워메, 곱창 허벌나게 맛있네그려”
“내장과 기타 부속물은 좌악 풀어놓는 것 맞징. 이참에 생전 먹어보지도 못했던 한우 부속물(내장부위, 간, 천엽, 곱창 등) 좀 실컷 먹어보자구”
“오늘은 소주가 꿀로 변하는 날이랑께롱. 하하”

이렇게 시작된 1차 영월 한우(암소) 직거래는 주문을 받은 지 불과 3일도 안 돼 판매할 고기가 동났다. 그리고 각자 주문한 고기의 맛을 보고 언제 다시 하냐고 여기저기서 예약주문이 이어졌다. 이에 구씨는 다시 고향에 있는 아버지와 상의해 2차 직거래에 나섰고, 7월 9일 하루 만에 주문이 완료됐다.

구씨는 “값도 저렴하고 등급도 우수한데 그동안 비싸다는 인식 때문에 잊혀진 우리 한우를 살려보고 검역이 보장되지 않는 미국산쇠고기에 맞서 소비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자는 의미에서 이번 직거래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 직거래 판매하고 남은 소 곱창과 염통을 구워먹으며, 구씨에게서 축산농가의 현실에 대해 이야길 들을 수 있었다.
이날 주문자들에게 불고기용 고기, 등심, 안심, 갈비, 사골, 꼬리, 도가니, 심줄 등 150개가 넘는 포장물품을 배부하고 남은 곱창과 염통을 구워먹으며, 구씨에게 축산농가의 현재의 모습에 대해 묻고 이야길 들을 수 있었다.

문> 축산농가의 현실과 그 배경은?
답>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하였듯 예부터 대한민국은 선비 다음으로 농부를 귀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었죠. 쌀을 주요 급식으로 하고 자급자족과 두레문화가 성행했던 풍습을 떠올리면 아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21세기가 도래하면서 자본과 무역, 투기가 경쟁우위를 독점하면서 어느덧 농부의 위치는 극빈자층으로 전락하고 말았고, 대한민국 또한 그 굴레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해 우루과이라운드, WTO(세계무역기구) 체제의 다자간무역협정, 양국 사이의 FTA(자유무역협정) 등을 거치면서 농촌의 피폐화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축산농가 또한 세계화의 딜레마에 빠지면서 FTA의 가장 큰 재물로써 그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지요. 그리고 그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이 바로 미국산쇠고기 수입의 타격이고요. 한우 가격 폭락과 잇따른 축산 업주 자살, 갖은 전염병으로 농촌에 이어 축산업 또한 몰락 직전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 맞겠죠.

문> 60일이 넘게 이어지는 촛불집회와 정부의 대응책에 대한 느낌은?
답> 미국산쇠고기 수입 고시가 국민의 촛불 민심과는 상관없이 정부의 일방적인 방침에 의해 관보에 실린지 보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정부대로, 민심은 민심대로 고시 강행에 따른 이견차이는 좀처럼 좁혀들지 않고 있고요. 아마도 그 이유는 정부의 검역강화에 따른 후속조치가 잦은 논란에 휩싸이고 원산지 표기에 따른 단속 방침 또한 쉽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촛불집회에 나도 참석했고 어느덧 60일이 넘어가고 있지만 현재는 잠시 소강상태죠. ‘촛불은 계속되어야 한다’ ‘촛불을 일단 끄고 다른 방법으로 알아봐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분분한 고요. 정부도 경제적 손실이나 대국민 불안감 증대를 상기시키며, 화합과 상생의 길을 모색해보자는 여론 몰이가 확산되어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인터넷 여론조사 결과에 ‘주부의 80%이상이 미국산쇠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내용이 나온걸 보니 아직도 정부의 미온적인 민심수습책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 축산농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답> 단순히 한우 직거래를 한다고 축산농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철저히 자본 우위의 유통 고리와 판로의 대량화를 물리적으로 막을 수는 없을 테니까요. 축산 농가의 현실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보다 더 적극적인 대책과 보상, 미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적인 제도보완이 필요할 겁니다.

이번 고시 강행 또한 너무 무리수를 두었어요.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는데, 국민의 생명권과 관련된 문제를 너무 쉽게 결정 내렸어요. 경제 논리만을 앞세워 국민을 볼모로 무역을 한다는 것은 아마도 어느 나라에도 없을 겁니다. 이 나라의 대통령은 혼자만의 권력이 아닙니다. 바로 국민이 대통령임을 스스로 자각해야하는 것이죠.

사료 값 폭등, 곡물가격 인상, 유가 인상 등 빚만 한 없이 늘어나고 있는 축산농가의 적자 악순환의 흐름을 과연 정부 당국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무조건적인 개방과 세계화가 야기할 양극화와 생활고를 얼마나 깊이 깨닫고 있는지, 이제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소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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