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 '민들레센터 장애인 성폭력상담소' 소장

▲ 김동인 민들레센터 장애인성폭력상담소 소장(왼쪽)과 유미선 사무국장.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던 어떤 20대 지적장애인 여성을 지난해 상담했는데, 애를 낳은 후 또 다시 얼마 후 임신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상담해본 결과 동네의 여러 남성들이 성폭행해 그렇게 임신을 시킨 것이었다. 하지만 그 여성의 부모는 쉽사리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자신의 자녀가 장애인이라는 것 자체가 알려지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부개3동 뉴서울아파트 상가 2층에 문을 연 ‘민들레센터 장애인 성폭력상담소’의 김동인 소장(48ㆍ삼산2동)은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예를 들어 이렇게 설명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항상 성폭력의 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세상인데, 여성 장애인의 경우는 그것보다 훨씬 더 심한 이중삼중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적 여성장애인 학생의 경우가 사례도 많고 가장 심각하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

지난달에도 인천 남동구에서 마을버스 운전기사 2명이 13살 발달장애 여중생을 번갈아가며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우선 지적장애인의 경우 성교육이 제대로 안된 상태인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그것이 좋고 싫은 것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표현도 잘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 경찰에 신고가 돼 재판에 들어가도 피해자가 당시 성폭력 상황을 증명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고, 이를 이유로 가해자가 무혐의처분을 받는 경우가 십상이다.

또한 경찰이나 검찰, 가족까지도 장애인의 성에 대해 인정하기보다는 무성적 존재로 보는 편견을 가지고 장애에 대해서만 부각시키는 경우도 큰 문제이다.

김 소장은 그렇기에 장애인에 맞는 성교육과 함께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의 성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들레센터 장애인 성폭력상담소는 부개동으로 오기 전 서구에서 2년 동안 장애인 가정폭력상담소로 운영돼왔다. 그러다 지난 3월 이사를 오면서 성폭력상담소로 이름을 바꿨다. 물론 가정폭력상담도 계속하고 있지만, 가정폭력상담소를 운영하면서 성폭력 상담 의뢰가 상당히 많이 왔고 인천에서도 이런 전문적인 상담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김 소장은 이전에 오랫동안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개인 사업을 했다. 그 때부터 좀 더 나이 들면 사회복지 쪽으로 상담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고, 이에 지난 2002년 사회복지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했다. 졸업을 하면서 본인이 장애인이기도 하기에 장애인을 위한 상담을 해야겠다고 당연히 생각했고, 장애인가정폭력상담소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성폭력 사건 중 실제로 경찰에 신고 되는 경우는 6%정도라면, 장애인 성폭력의 경우는 그것의 절반 정도인 3%정도에 머문다. 이는 장애인의 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함께 장애인이 이런 일을 당해도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는 이유가 크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

현재 상담소는 개별적으로 또는 학교에서 연락이 올 경우 상담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상담소 안에서 법률적인 문제,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성교육, 1대 1 개인 상담 등 성폭력 사건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상담소를 꿈꾸고 있다. 또한 장애인과 관련된 모든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상담소도 되길 바라고 있다.
김 소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여성과 남성에 대한 차별이 없는 사회라면 이런 문제들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상담과 함께 이런 편견을 없애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 소장은 “언론에서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만 보도할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성에 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상담 문의ㆍ506-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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