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황규철 인천건설협회장이 말하는 건설업계의 요구와 비전
공급과잉 구조조정 필요…기존 인프라 유지관리에 비중 둬야

지금 인천은 건설업계의 천당이라 할 정도로 대규모 건설공사들이 많다. 경제자유구역 조성, 인천대교 건설, 아시안게임 인프라 구축 등 수천억대의 공사들이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인천 건설업체들은 어렵다고 한다.

'건설의 날'을 앞두고 지역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인천건설협회의 황규철(55) 회장으로부터 업계의 요구와 향후 건설업의 비전에 대해 들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황규철 인천건설협회 회장.
▶인천 건설업계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간략히 말하면?
= 경제자유구역 등 대규모 개발 공사가 많다. 이들은 조 단위, 천억 단위 공사다. 대부분이 턴키방식 혹은 BTL방식이라 지역 업체는 참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주로 메이저 건설사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는 인천뿐 아니라 전국적인 상황이다.

국내입찰인 222억원 이하 공사는 지역 업체의 도급비율이 49%로 의무사항이긴 하지만, 222억원 이상인 국제입찰 공사는 도급비율이 권장사항이다. 대부분이 국제입찰 공사라 지역 업체가 참여할 기회는 적을 수밖에 없다.

건설업이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10%정도인데, 건설업은 생산 유발효과가 크다. 지역 건설업체가 공사를 수주하면 지역 전문건설업체한테 일을 준다. 말 그대로 지역에서 일이 많아지게 된다.

하지만 지금 구조상 1군 업체들이 주로 공사를 따내는데, 1군이 따내면 지역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비중은 대략 10% 내외다. 대기업들은 자기네 수탁기업을 데리고 있기 때문에 지역 업체는 제집 앞마당에서 잔치가 벌어지고 있어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지역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할 방안은 무엇인가?
= 사실 인천시에서도 이 같은 어려움을 익히 알고 있는 것으로 안다. 또 그만큼 여러모로 도와주고 있다.

우리 같은 지역 건설업체 보고 인천대교 지으라하고 하면 못 짓는다. 그건 그만큼의 시공능력이 있어야 가능한 법인데, 사실 지역 건설업체의 시공능력이 건설 대기업만큼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분할 발주가 필요하다. 인천대교와 같은 공사를 맡긴 어렵지만, 학교 공사는 우리도 가능하다. 이를테면 인하대나 인천대, 연세대 등이 송도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그 같은 공사는 지역 건설업체도 시공능력이 있어 충분히 가능한 공사라고 생각한다.

현재 70억원 미만 공사는 지역 업체한테 발주하게 돼 있다. 하지만 현재 인천에서 진행되고 있거나 계획 중인 대부분의 공사는 그 이상이다. 때문에 지역 업체의 참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지역 건설업체도 시공 가능한 분야는 140억원 공사라 할지라도 70억원으로 분할 발주해주면 인천 건설업도 살아날 것이다.

아울러 건설업 역시 최근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고통 받고 있다. 특히 철강재는 그 심각성이 더하다. 보통 공사를 하게 되면 관급자재와 사급자재를 사용하게 된다. 관급공사의 경우부터 관급자재에 대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현실화해야 한다. 사실 그런 역할을 하라고 한 곳이 조달청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건설업의 비전은 어디서 찾을 수 있나?
= 인천건설협회에 속한 업체의 연간 매출액이 5조원을 넘었다. 그만큼 위상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동시에 사회적 책임도 높아져야 한다. 21세기 들어 ‘나눔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인천 건설업계 역시 인천을 향한 나눔경영이 자리 잡아야 한다.

인천 건설업계에 있어 나눔경영은 이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나눔경영의 일환으로 4년 전부터 매년 시민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협회 차원에서 지난 11일 30억원을 들여 강화도에 홀몸노인을 위한 집 38세대를 지어드렸다. 우리도 지역 업체인 만큼 지역에 환원해야 지역에서 인정받는다고 생각한다. 이밖에도 회원사 별로 나눔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나눔경영과 더불어 인천에 필요한 것은 일정 정도의 구조조정이라 생각한다. 협회에 소속된 업체만 300군데다. 비회원사까지 합하면 무려 500여개 업체가 인천에서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다. 굵직한 대형 국책공사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인프라는 구축된 상태다.

건설업에도 신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건설업이 이른바 IT·BT·NT처럼 신산업은 아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건설업이 자기 전망을 세운다고 한다면, 그 분야는 신규 공사에 착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기존 인프라를 유지, 관리하는 데 역점을 둬야한다. 이제는 어떤 구조물을 짓는 것 보다 지어놓은 건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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