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집 <아기 까치의 우산>

벚나무 꽃그늘 아래 지날 때
후우 후우우, 꽃잎을 불렀어요.
할머니 계시는 하늘까지 날아가라고요.

 

<아기 까치의 우산>(김미혜. 창작과비평사)에 실린 ‘꽃편지’라는 부제가 붙은 ‘할머니2’라는 동시의 일부분입니다. 창문만 열면 목련이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고, 남쪽에서 꽃축제 소식이 들려와 마음이 들뜨면서도 맘 한쪽이 아른해 이 동시가 솔깃합니다.
꽃구경 가자고 벼르고 계시던 시어머니께서 관절과 당뇨로 요 며칠 꼼짝도 못 하십니다. 예전에는 며느리 입장에서 짜증스러워 하는 모습을 먼저 보였는데, 이러다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만 “당장 저희 집으로 가자”고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데도 황급히 꿀떡 삼켜 버리는 것은 아직도 맘이 어디에 맺혀 있기 때문일까요. 친정부모님은 “그렇게 맘이 불편하면 네 자식 생각하고, 남편 생각해서 한두 달이라도 모셔 보라”고 하십니다.
이제는 백일, 돌잔치 초대보다는 상가 집에 가는 횟수가 더 잦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 보는 동시 속에서도 세월의 흔적을 더 빨리 찾게 되나 봅니다.
‘말이 안 통해’나 ‘돼지 족발’을 보면 아이들이 옆에서 떠드는 것 같이 느껴지고 ‘콩쥐야’나 ‘고등어가 왔어요!’를 읽을 때는 작가의 재치가 톡톡 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평상시에 동시는 재미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동시집의 시들은 하나하나가 놓칠 수 없이 즐거웠습니다. 물론 마지막 장의 마지막 동시 ‘할머니2’에서는 저의 먼 모습도 발견 할 수 있었지요.

꽃 피는 이 계절이 가기 전에 아이들이 아닌 부모님 손을 잡고 꽃구경 다녀오렵니다.

김숙 / 어린이전문서점 완두콩 521-9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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