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촛불을 들었고, 어른들은 거짓말을 했다. 미국의 미친소는 2008년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으며, 덩달아 우리의 뇌도 한꺼번에 흔들리고 있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헷갈리는 상황에서 불행히도 정부 여당의 모든 논리들이 거짓말로 밝혀지는 증거만 늘어가고 있다. 당연히 반대편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것이다.

광우병에 대한 국민들의 염려와 의혹에 대한 명백한 해명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미협상의 결과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가진 시민과 청소년들을 불순한 의도에 선동된 우매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게다가 배후를 처벌하겠다는 협박이 시작된다.

그러나 불과 며칠 전의 선거도 포기했던 수많은 시민들의 정치 환멸을 기억한다면, 그들이 선동에 쉽게 움직였다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물론 이명박 정권은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몰아붙이기 좋은 운동권, 노동조합, 재야 정치세력만 있다면 온갖 물타기로 이 상황을 모면하련만, 풋풋한 청소년과 눈망울 초롱초롱한 어린아이 그리고 엄마, 아빠, 나이 지긋한 중년들까지 분노와 절망을 딛고자 광장에 모여들었다. 그들이 본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미래다. 십년, 이십년 후 나와 내 가족 그리고 내 이웃들이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를 본 것이다. 다가올 시간 속의 절망을 명확히 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게 만든 것은 바로, 이명박 정권의 안하무인과 반민중적인 행태다. 전 지구적 자산이며, 우리 생명의 모태인 국토를 유린할 ‘한반도 대운하 정책’. 미국 자본주의의 패륜적 정책의 대표 격인 ‘의료보험 민영화 정책’. 이 두 가지 정책은 개발업자와 금융자본가에게 국토와 국민의 생명을 팔아버리는 가장 잔혹한 정책으로 비판받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국민의 불안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도저를 들이밀고 있다. 한편으로 권력중심에는 시작부터 부패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지 않은가? 이런 저런 부패와 무능 그리고 서민을 위하는 정책의 실종이야말로 광우병 파동을 촛불의 바다로 끌고 나온 본질적 배경일 것이다.

특히 협상을 성사시킨 이명박 대통령의 ‘안 사먹으면 된다’는 가벼운 언사는 국민들의 분노에 끼얹은 기름이었다. 그 의식에는 서민들이 ‘질이 낮더라도 안전하게 먹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절실함에 대한 조롱이 숨어있다고, 국민들은 판단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어린 청소년들이 촛불을 들고 우리를 향해 외쳤다. 우리 밥상의 안전을 지켜내라고 따지고 나선 것이다. 우리 기성세대들이 이리 따지고 저리 따지는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정직하게 행동했다. 이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운명에 대해 관여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시민들은 청소년들의 순결한 아우성에 화답하고 있는 것이며, 이제는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시민, 청소년들의 노도를 잠재울 길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의 지도자로 선출된 것이지,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CEO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자산은 공장에서 찍어내는 상품만이 아니다. 상품으로 전화될 수 없는 무수한 가치들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이며, 내 자식들의 미래이며, 전에 우리의 선조가 그랬듯이 우리가 가꾸고 지켜가야 할 국토이다.

돈벌이에 나서려면 회사를 차리면 된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대한민국을 함부로 거래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미친소를 위한 거짓말들’을 중단하는 것이다. 지금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그 즉시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들이 이토록 간절하게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조차 이뤄낼 의지와 능력도 없으면서, 통상마찰을 감당해야 하는 ‘수입금지’라는 말은 그저 이 상황만 모면하려는 낯간지러운 언사가 아닌가? 도덕성 희박한 자본주의 대국 미국에 기대어 마치 그들의 대변인 같은 언사를 농하는 현 정권의 책임자들은 정초 불타버린 숭례문의 불길이 촛불로 번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살펴야 할 것이다.
▲ 인태연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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