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매달 10만원씩 성금 기탁
7년 동안 노인들을 위한 자원봉사
나이 육십에 양로원 짓는 게 꿈

▲ 최미숙씨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달라며 3년을 넘게 매달 10만원을 봉투에 담아 청천2동 주민센터(옛 동사무소)에 맡겨온 사람이 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무슨 사연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17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청천2동 주민센터와 청천사거리 사이에 있는 ‘뉴-굿모닝’이라는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월 70만~80만원을 받으며 일한 지 4개월째라고 했다.  

평범한 주부로, 자녀 교육비 등으로 돈 쓸 일도 많았을 텐데, 매달 적지 않은 성금을 전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최미숙(48)씨는 의외로 짧게 말했다.

“내가 덜 쓴다고 생각했죠. 동네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주고 싶었어요”
처음에 몇몇 노인들에게서 고맙다는 전화를 받은 그는, 인사를 받을 만한 일도 아니고, 믿고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전화 오는 건 싫다고 동장에게 전했다.

최미숙씨는 훨씬 전부터 자원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지금부터 7년 전 어느 날, 텔레비전에 나오는 자원봉사활동을 보고 부평구자원봉사센터로 달려갔다. 센터에선 그에게 협성양로원(산곡3동)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연결해줬고, 그 이후로 그는 협성양로원과 삼산종합사회복지관을 방문해 일주일에 최소 두 번 봉사하고 있다. 남편 역시 최씨의 활동을 적극 지지해주고 있다.

자원봉사활동은 최씨에게 즐거움 주고 삶의 활력소가 됐다. 모든 일에 자신감도 생겼다.
“노인들 씻기고 로션을 발라주거나, 손톱을 깎아주면 한참동안 손을 꼭 붙들고 있으려고 해요. 가는 걸 아쉬워하시는 거죠. 그럴 때 보람 느끼고, 어머님이 아직 살아계신데, 어머님이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때문에 봉사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면, 마음이 참 불편해요. 봉사도 중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얼마 전 최씨는 음식점을 차려 장사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새벽 3~4시에 끝나는 가게 일 때문에 봉사활동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최씨는 가게 문을 연지 3개월 만에 권리금도 포기하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일하며 다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앞으로 꿈이나 바람이 뭐냐고 묻자, 약간 망설이던 최씨는 나이 60정도 되면 양로원을 차려 직접 운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인들하고 더불어 같이 살고 싶다고, 자식들에게 재산을 절대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씨가 한때 장사를 한 것도, 지금 부동산 중개사무소에서 일을 배우는 것도 양로원을 짓기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허리디스크 수술을 세 번이나 받은 후 1년 동안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있는 것도, 노래교실에 나가는 것도 미래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인간에겐 하늘이 내려준 네 가지 욕구가 있다고 했다. 그것은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공헌하고 싶은 욕구란다. 누구보다 강한 천부적인 욕구를 지니고 있는, 어려운 이웃을 위한  봉사에 중독된 최씨의 모습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