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뻔뻔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정말 화가 난다. 자신들의 의정비를 올리기 위해 지역 주민들의 주민등록번호를 무단 도용해 여론조사를 조작한 계양구 의회 의원들만 생각하면 잠을 잘 수가 없다.

조작된 여론조사를 근거로 24.5%의 의정비를 올린 것도 화가 나지만, 경찰의 조사결과 분명한 범죄행위임이 밝혀졌음에도 어떠한 사과나 해명조차 내놓지 않는 저들을 보면서 넌더리가 난다. 저런 ‘것’들에게 우리가 낸 세금으로 의정비를 줘야하나 분노가 치민다. 

계양경찰서는 지난 3월 27일 여론조사 조작에 가담한 계양구 의회 의원 4명을 비롯해 관련자 10명을 주민등록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입건,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여론조사 조작을 주도했던 의원 1명이 구속됐다가 인천지법의 구속적부심 심사를 통해 최근 풀려났다.

우리를 정말 화나게 하는 것은 경찰조사 결과 범죄행위가 명백하게 밝혀진 이후 계양구 의회 의원들의 행보다. 이 사건의 정치적 책임의 중심에 있는 계양구 의회 의장은 사건이 드러난 후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사과 한마디 없었다. 시민단체들은 그가 잠적했지만, 뒤에 숨어서 총선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고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

불구속 입건된 의원들의 행보는 더욱 가관이었다. 총선에 출마한 한나라당 후보들의 선거운동을 위해 어깨띠까지 매고 거리를 활보했다. 뻔뻔한 정치인의 극치였다.

이들은 사건이 드러난 지 1개월이 지났지만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에 계양구의 각종 공식, 비공식 행사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들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이유도 뻔뻔하다.

이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사퇴나 공식적인 사과는 시기상조며 모든 것은 재판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이다. 어쩌면 이렇게도 중앙 정치의 부패 정치인들을 빼닮았을까. 사건이 터지면 쏟아지는 비난여론을 피하기 위해 내세우는 것이 법이고, 시간 끌기다. 확정 판결을 받기 전에는 무죄로 추정해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 국민의 기억에서 잊힐 텐데 버틸 때까지 버텨보자는 심산이다.

하기야 지역 정치인들과 중앙 정치인들의 수준이 도긴 개긴이니 뭘 기대할까. 그러나 해도 너무한다. 반성과 자중은 기대하지도 않는다. 제발 뻔뻔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것만은 그만둬라.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이들을 공천한 한나라당은 더 웃긴다. 한나라당 윤리위원회는 뒀다 뭐하나. 이런 당원들을 징계하라고 윤리위원회 만든 것 아닌가. 한나라당은 침묵 또는 입장 유보로 이들을 간접적으로 비호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방의회가 꼭 필요할까. 계양구 의회 의원들을 보면 특히 그런 생각이 든다. 지역 주민의 대의기관인 의회가 마치 범죄의 온상이 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적어도 지역 주민의 정서상 그렇다. 지금의 계양구 의회만 보면 지방의회는 필요 없다.

정치인들의 뻔뻔함을 없앨 수 있는 힘은 지역 주민들이 가지고 있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지 말자. 대형사건 후에 유야무야되는 전래를 깨버리자. 범죄를 저지른 부도덕한 정치인은 우리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음을 똑똑히 보여주자. 그런 의미에서 계양구 의회 의원들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는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 힘내라!
▲ 박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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