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생각해본다. 대한민국 부모의 가장 큰 관심사는 왜 교육일까? 왜 그렇게 자녀교육을 중요시하는가? 내 아이가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을 것 같은 그 마음은 무엇 때문인가? 그렇게 교육이 중요하다면 교육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옛 말처럼 아는 게 힘이기 때문일까? 좋은 대학가서 두루두루 소양을 쌓아서 내 아이가 훌륭한 인격체로 자라길 바라는 걸까? 만약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해 자신의 안위를 염두 하지 않고 좀 가난하게 산다면 어떨까? 아마 대다수의 부모는 그것보단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인으로서의 성공을 원할 것이다.

결국 툭 까놓고 말하자면 교육의 목적은 명문대를 나와 사회에서 성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성공이 의미하는 건 무얼까? 다른 그 무엇보다 큰돈을 버는 일일 게다. 그래서 교육은 성공이고, 성공은 돈이라는 천박한 등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얼마 전 통계청의 실태조사에 의하면 초·중·고생의 77%가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지난 해 우리나라 사교육비 전체 규모는 총 20조 400억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10분의 1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득수준에 따른 사교육비의 차이가 8.8배에 달해 소득에 따른 교육의 양극화가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드러났다.

요즘 돈 좀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돈을 사교육에 쏟아 붓는다. 왜 그렇게 교육을 좋아하는가? 한마디로 교육이 부를 유지하고 축적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사교육비란 미래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그들은 아이에게 말한다. 12년만 고생해서 일단 명문대에 합격만 하면 그 뒤론 모든 게 ‘오케이’라고. 현재 한국사회가 그렇게 돌아가고 있다. 결국 사교육을 통해 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돈 없으면 제대로 교육도 못 시키는 가난이 대물림되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이제 돈은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척도가 되었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 돈 밖에 모르는 속물이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사회가 돈 없이는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살벌한 사회로 불과 몇 년 만에 급격히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IMF 이후 대다수의 노동자는 언제든 해고  당할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 최저생활비를 밑도는 임금을 받고 생활한다. 노동자로서의 자긍심을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언제 거리로 내몰릴지 모르는 불안한 현실을 살고 있다. 이 시대의 뜨거운 교육열 그 기저에는 두려움이 깔려있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면 내 아이가 평생 비정규직 노동자로 무거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살아가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아이를 몰아세운다.

이른바 명문대 출신의 전문인들, 배운 사람들만이 행복한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사회가 그들에 의해서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거리를 청소하는 사람도, 아이들 급식을 준비하는 사람도,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는 사람도 모두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 노동에 대한 존중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면 이 사회가 그렇게 각박하지는 않을 것이며, 모두가 대학에 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지도 않을 것이다.

교육은 입시제도를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오로지 경쟁만이 살길이라고 외쳐대는 신자유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적 가치를 새롭게 세워나가야만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일까?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하면서, 이웃과 더불어 살 힘을 길러주는 것’이라는 어느 선생님의 참한 정의를 참고하면서.

▲ 황보화
ㆍ번역가 <현대미술의 이해> 외 다수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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