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람 큰 생각, (주)씽크빅문고


▲ 노태손 (주)씽크빅문고 대표이사

살결에 스치는 바람은 아닐지라도 눈에 담기는 하늘은 이미 가슴까지 와 닿는다. 가을이다. 괜스레 웃음 지어지는, 누군가 기다려지는 가을. 어떤 이는 이 가을을 타고, 또 어떤 이는 그 속에 빠져들고야 마는 올 가을, 책속을 거닐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인터넷서점이 고속성장을 이어가는 동안 지역의 중대형 서점들은 점차 그 자리를 내줄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서점을 직접 찾는 사람은 있기 마련. 가을 길목에 들어선 9월 말 부평역에 위치한 (주)씽크빅문고(대표이사 노태손·49·이하 씽크빅)에는 가을을 품은 사람들로 붐볐다. 시집을 집어든 사람과 인문서적을 찾는 사람, 수험서를 찾는 사람이 또 하나의 가을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씽크빅이 부평에 들어선 것은 2000년 6월이다. 인천 남구 용현동이 고향인 노태손 사장은 남대문시장 인근에서 씽크빅의 모태인 씽크빅문구를 운영하던 중 지역에 내려가  지역의 기업이 되자고 마음먹고 지금의 씽크빅을 설립했다. 현재 씽크빅이 보유하고 있는 장서는 25만권. 2.5톤 트럭 100대 분량에 달한다. 하루 2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1000여권의 책이 주인을 만나 떠난다. 1년 중 이틀만 문을 닫으니 한해에만 무려 36만권이 넘는 책이 씽크빅을 통해 읽혀지는 셈이다.

이처럼 서울의 대형서점에 견줘볼 때 손색이 없는 씽크빅도 인터넷서점의 공격적 마케팅의 영향을 피해갈 순 없었다. 노 사장은 “소비패턴이 그렇게 바뀌었기 때문에 소비자가 자신의 편리성을 추구하는 것을 뭐라고 할 순 없는 것이지만 상당한 타격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노 사장은 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내부에서 찾았다. 즉, 인터넷서점은 시각적으로 접할 수밖에 없지만 서점은 직접 손으로 넘겨볼 수도 있고, 시간만 허락한다면 한참을 서서 볼 수까지 있다. 나아가 숨결로도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서점인 것이다.

노 사장은 이에 주목해 지난여름 시민들이 편안하게 책을 즐길 수 있도록 내부인테리어와 구조를 바꾸었으며, 주문 제도를 도입해 그때그때 소비자의 갈증을 채워주고 있다. 또한, 자체 포인트카드 제도(5% 적립)와 더불어 오케이캐쉬백(5%) 누적제도를 운영해 소비자의 부담을 덜어줬다. 여기에 직원들의 친절함은 씽크빅을 찾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주고 있다. 고객이 찾는 책이 단 한권이라도 당장 없으면 곧 주문해 챙겨주는 씽크빅의 섬세함에는 그동안 쌓아올린 경영원칙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납품업체와의 관계다. 씽크빅에 납품하는 업체는 50여 군데가 넘는다. 특이한 것은 이 중 50개 업체가 모두 인천에 소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 사장은 “인천에서 사업을 하고 있으면 인천 기업을 활성화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역의 기업이 지역의 업체를 우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또, 씽크빅이 돋보이는 것은 납품업체에게 대금을 지불할 때 어음결제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때문에 대형서점에 납품하는 업체들 사이에서 씽크빅은 단연 최고다. 이러하다보니 씽크빅에서 책 한권을 주문한다하더라도 지체 없이 가져다준다. 

책을 보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풍요로운 사람이라고 말하는 노 사장. 전 보다 서점을 찾는 사람이 줄긴 했지만 젊은 사람들이 서점을 많이 찾아와 자신도 풍요롭다고 말하는 그의 지역과 지역기업을 향한 애정이 반가운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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