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가죽과 동고동락


▲ 다우상사 심숙희 사장   ⓒ김갑봉

시대가 변해 인기 선물도 변했다. 요즘은 MP3·카메라·핸드폰 등이 인기지만 예전에는 지갑만한 선물이 없었다.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에 어김없이 등장 했던 것이 바로 지갑. 그중에서도 제일은 이름 꽤나 있는 가죽지갑이 단연 최고였다. 지갑을 선물할 때는 잘 벌고 검소하게 살라는 의미로 천원 혹은 만원짜리를 넣어주곤 했다.

지금은 전과 같진 않지만 지갑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고, 누구나 하나씩 지니고 다니는 품목이다. 종류도 매우 다양해 색상은 물론 디자인, 장식 등 저마다 지니고 있는 지갑도 같은 것이 드물다. 23년 세월을 이러한 지갑과 핸드백·가방·벨트 등의 가죽제품과 동고동락한 사람이 있다. 다우상사의 심숙희(50) 사장이다.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중국으로 이전을 많이 했다. 다우상사 역시 10여년 전 중국의 광저우에 공장을 차렸다. 중국 현지에서 만들어 한국으로 들여와 팔고 있는 셈인데, 고급디자인과 금속장식 등은 중국의 가공 수준이 한국 만 못하기 때문에 마지막 공정은 국내에서 한다. 아울러 고급 제품은 전량 국내에서 만든다. 

사실, 다우상사는 1998년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꽤 잘나가던 가죽제품 회사였다. 다우상사의 제품을 유명 백화점은 물론 대형 유통점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기업이나 지역기업들이 회사 창립기념이라든지 명절 때 자사 직원들이나 회사 방문고객을 위해 의뢰한 벨트와 지갑 세트 등을 생산하고 있는 수준이다. 외환위기 당시 납품대금 결재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다우상사는 어려운 길로 접어들게 됐다.

 

그러나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 심 사장은 23년 가죽과 함께한 세월이 입증해주듯이, 누구보다 가죽제품에 자신 있었다. 모든 것을 훌훌 털고 그는 다시금 도전하고 있다.
다우상사에 주로 쓰이는 피혁은 소가죽과 합성피혁이다. 소가죽도 처리 방법에 따라 색깔은 물론 감촉까지 달라진다. 심 사장은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사업규모를 축소하고 품목 또한 줄였다.

“지금은 내실을 기하는 중이다. 전처럼 백화점에 납품하는 과정까지 가려면 험한 길이지만 지역에서부터 우리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싶다. 그러려면 기업가로서 비즈니스 활동도 왕성해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제품 하나하나에 들이는 정성이 중요하다” 다시 일어서겠다는 각오가 엿보이는 심 사장의 말이다. 

심 사장은 지금 자체 브랜드 구상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를 개발을 통해 다우상사의 가죽제품을 명품으로 등록시키는 것이다. 지금도 일부 브랜드는 인터넷 전자거래를 통해 그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는 “그래도 지역 업체들이 잊지 않고 찾아주고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며 “주문한 제품에 대해선 120% 만족하게끔 만들어 드린다”고 말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기 위해 자본과 기술력을 차근차근 모으고 있는 다우상사와 심 사장. 웃음을 잃지 않는 그의 낙관과 열정이 계속된다면 다우상사는 전처럼 반석 위에 오를 것이다. 먼 훗날 이탈리아나 프랑스 브랜드에 맞설 토종 가죽제품 브랜드를 기다려 볼 일이다.


▲ 다우상사의 주된 품목인 벨트·지갑 세트와 핸드백류     ⓒ김갑봉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