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3동 12통

키가 낮은 집들이 서로 마주보며 옹기종기 모여 앉은 곳, 낡고 오래된 주택, 또 그 집에서 최소 30년 넘게 살아온 부평토박이들이 사는 동네, 깨끗하고 세련된 아파트를 단 한 채도 찾아볼 수 없는 동네, 바로 부평3동의 12통 풍경이다.

동네 앞으로 경인전철이 지나 답답하기도 하지만 뒤로는 늘 푸른 동산이 있고, 경인전철 밑으로 난 굴다리를 지나면 바로 부평공원이 있어 언제나 운동과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살만하다.  
특히 삐까뻔쩍 개발된 이웃동네가 부럽기도 하지만 이곳 12통 주민들은 가슴에 온기를 품고 사는 이웃사람들이 있어 아직은 살만하다고 말한다. 너도나도 바쁜 세상 속, 마음까지 각박해져 앞집, 뒷집에 누가 사는지 통 관심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오늘날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여름이면 수박과 참외를, 겨울이면 시원한 동치미를 나누어 먹는 인심을 간직하고 있다고.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12통 길목에 있는 철물점에 들어서자 이웃주민 서너 명이 모여 앉아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조운자(62)씨는 "여기는 달동네 마냥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지만 서로 믿고 변함 없이 의지하며 살아왔다"고 말하며 흐뭇한 웃음을 짓는다. 또 12통엔 큰 이웃돕기 행사를 열지는 않지만 어려운 형편에도 남몰래 이웃을 돕는 착한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해 준다.
이곳의 통장은 동네 골목 어귀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상용(61)씨다. 12통 주민으로 살아온 지 벌써 42년이 됐고 통장 일을 맡아 한지도 23년이나 된 토박이 중의 토박이. 덕분에 동네에 대한 일이라면 모르는 것 없이 밝다.
동사무소에 들러 마을 일을 살피고 동네를 한바퀴 휘휘 돌아보는 일은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하루 일과가 된지 오래.
"가게 안에 있거나 집에 있으면 동네 일이 궁금해서요"하며 쑥스럽게 웃는 김상용 통장의 모습에서 12통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오는 27일에는 3층으로 지어진 창휘경로당이 개관식을 갖고 문을 열 예정으로 12통 주민들은 물론 부평3동 주민들은 담소도 나누고 이웃의 정도 확인하는 공간이 새롭게 꾸며진 것에 대해 기뻐하고 있다.
또 한참 미뤄져왔던 창휘연립의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는 중. 공사가 끝나면 대부분 거주하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와 살 것이라고 한다.
한 마을에서 이웃과 한 세월을 함께 보낸 넉넉한 웃음이 부평3동 12통 사람들의 얼굴에 하나 가득 채워져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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