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2동 19통

동수역에서 안남로로 들어선 후 도로 중간쯤에서 좌측으로 골목길을 쭉 따라 올라가거나, 아니면 역시 동수역에서 경인로를 따라가다 희망천에 못 미친 호봉사 입구에서 우측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오르막길을 따라 우측에 안남아파트와 좌측에 대원아파트가 있다. 거기서 조금 더 올라가 숨이 목에 찰라치면 붉은 벽돌의 금강연립과 전인연립이 하늘을 이고 둥지를 틀고 있다.
이곳 안남과 대원아파트, 금강과 전인연립이 ‘가난한 동네지만 인심은 좋은, 30년 동안 변화와 발전이 없는’ 부평2동 19통이다. 이곳 사람들은 ‘십구통’이라는 소리가 어감이 좋지 않아 ‘열아홉통’이라고 부른다.
동네 뒤로 산이 감싸고 있어 공기 좋고 여름철이면 매미가 날아와 창문에 곤두박질 치는 시골 정취를 자아내지만 겨울이면 눈 덮인 빙판길에서 엉덩방아를 찧는 사람이 한 두명이 아니다.
부평 이곳 저곳이 재개발되고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으며 이들 또한 어찌 재개발을 꿈꾸지 않았을까?
70년대 초 커다란 재래시장이 들어온다고 했다가 연립주택들이 들어선 지 30년이 됐으니, 주택은 낡을 대로 낡아 이미 헌집이 된 지 오래고 그만큼 생활이 불편하기 그지없다.
꾹꾹 참고 살아왔던 동네 사람들이 1년 전에야 재개발을 하자며 재개발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옛날에는 미군기지 다니던 사람이 많아 부자 동네였지. 지금은 노인들이 많고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맞벌이를 해. 개인택시 하는 사람들도 꽤 많지”
98년부터 ‘열아홉통’ 통장을 맡고 있는 이계호(58)씨는 부자 동네가 이제 가난한 동네가 됐다며, 재개발이 동네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들려준다.
변함 없는 동네 모습이 다른 동네에 뒤 처지는 것 같아 재개발을 통해 동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 동네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란다.   
재개발은 새 주택을 가져다 줄 뿐 아니라, 도로시설 등 여러 가지 주거환경을 크게 개선시킬 것이라고 이 동네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다. 안암아파트 정문까지 드나들던 마을버스가 아래동네에 빌라가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버스가 커지면서 좁은 골목길이 위험하다며 운행을 하지 않아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저 아래 안남로까지 내려가야 한다.
주안과 동인천으로 나가기 위해 호봉사 앞까지 내려가 버스를 타려해도 그나마 있었던 32번마저 없어지고, 하나뿐인 45번 버스도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때문에 이곳 주민들은 뒤로 산이 있어 공기 좋고, 안남로에서 부평공원으로 넘어가는 육교가 만들어지면 이만큼 살기 좋은 동네도 없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하루빨리 재개발을 통해 주거환경이 개선되길 기다리고 있다.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최근에 세입자가 늘었지만 아직까지 오래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좋은 동네 인심은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 특히 새마을부녀회와 협의회, 반장들이 동네 일에 한 마음으로 한뜻으로 열심이다. 새마을부녀회 ‘열 아홉통’ 회장인 양경자(49)씨는 “다른 동에 비해 부녀회와 협의회 사이에 협조가 잘 된다”며 “명절 때마다 부평공원묘지를 찾는 성묘객들에게 커피와 음료수를 대접하는 것도 이 동네의 오랜 전통”이라고 전한다.
17일 열릴 예정인 부평2동 동축제에 선보이기 위해 연습에 한창인 풍물단 12명의 단원 중 이계호 통장과 양경자 회장이 단원으로 참가하고 있다며 그 우애를 자랑하기도 한다.
음식물쓰레기 중간 분리수거통이 음식물로 더러워지면 수세미를 들고 나가 깨끗이 닦는 사람, 땅거미가 내려앉는 저녁 골목길에서 이리저리 뛰어 놀며 지저귀는 아이들 소리….
재개발이 된 후에도 오래도록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열아홉통’ 사람들의 사는 풍경, 살아 숨쉬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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