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심리 이야기

 

 

그동안 총 10회에 걸친 에니어그램을 통한 성격심리이야기를 마치고, 앞으로는 현 사회 속에서 현대인이 가장 빈번하게 느끼는 생활심리이야기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아홉 살 난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인 나는 요즘 부쩍 걱정거리가 많아졌다.
딸아이는 욕구도 많고 자기표현과 주장도 많은 아이이다. 점차 자신의 생각과 주관이 뚜렷해지면서 엄마와의 갈등도 조금씩 발생하고 있으며 때로는 둘 사이를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따라서 요즘은 자주 딸아이와 나와의 대화 방식이나 어떠한 경우에 갈등이 생기는 지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따져보곤 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와 대화를 할 때 내 자신이 반복적이고 고착화된 대화 방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너 그렇게 하면 안 돼.”라거나 “너, 도대체 왜 그러니?”, “네가 잘못했지?” 등이 그것이었다.

대화중에 반복적으로 쓰는 이 말들은 잘 생각해보면 주로 엄마인 내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형태의 소통이다. 다시 말하면 엄마의 가치관과 기준으로 아이를 평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아이는 몹시 억울해 하고 답답해하며 정확한 대화보다는 짜증과 화를 먼저 낸다.

당연한 일이다. 주로 어른들이 아이가 긍정적 행동을 했을 때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면서도, 약간의 부정적 행위에 대해서는 단박에 잔소리와 야단이 들려오니 아이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바로 부모의 초점이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자아가 점차 형성돼 강해지는 성장기 대부분의 아이들은 ‘저항’을 하게 되는데, 부모는 또 이러한 아이의 행동 자체를 ‘버릇없는 아이의 그것’으로 판단해 버리고 더 큰 소리로  화를 내고 제압하려 한다. 이것이 반복될수록 아이들은 긍정적인 행동을 건강하게 학습하기 보다는 야단맞는 일을 피하기 위해 부모의 눈치를 보는 일이 잦아지거나, 거짓말을 함으로 당장의 야단과 꾸중을 피하고 싶어 한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칭찬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라는 것은 아마 다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것이 말처럼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68년 하버드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인 로젠탈과 초등학교 교사인 제이콥슨은 어느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하였다. 그리고 이 검사의 실제 점수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무작위로 뽑은 학생들의 명단을 해당 학교의 교사들에게 알려주면서 ‘지적 능력이나 학업성취의 향상 가능성이 높다고 객관적으로 판명된 학생들’이라고 설명하며 믿게 하였다. 8개월 후 이전과 같은 지능검사를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명단에 속한 학생들은 다른 일반 학생들보다 평균점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예전에 비하여 성적이 크게 향상되었다.  첫 번째 검사 실시 후 명단을 받은 교사들이 그 명단의 학생들의 지적 발달과 학업성적이 향상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관심있게 지켜보고 칭찬한 결과로 나타난 현상인 것이다. 

로젠탈과 제이콥슨은 누군가에 대한 믿음, 칭찬, 격려, 기대, 인정 등이 그 대상에게 실현되는 경향을 ‘피그말리온 효과’로 설명하였다. 이 말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이름에서 유래한 심리학 용어이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의 눈에 비친 현실의 여자들이 마음에 들이 않아 평생 독신으로 살기로 작정을 하고 자신이 원하는 여성상으로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하였다. 그러다 그 여인상을 깊이 사랑하게 되어 고운 옷을 입히고 장식도 달아주며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대하듯 소중하게 보살폈다. 피그말리온은 그 여인상과 같은 아내를 달라고 간절히 빌었고 그의 사랑에 감동한 아프로디테가 여인상에게 생명을 넣어 주어 인간으로 변하게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교사에게 관심과 기대를 받고 애정을 받은 학생들은 학업을 대하는 태도도 긍정적이고 학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결국 교사들의 기대에 맞게 변화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마음속으로 믿고 격려하고, 긍정적인 확신으로 사랑을 하면 사람을 변할 수 있게 하는 신기한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칭찬을 하면 할수록 더욱 더 잘하게 되는 동기를 주게 된다는 것인데 거기에는 중요한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입으로만 칭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믿는 것’이 중요하고 그 믿음에 대한 기다림이 필요할 것이다. 몇 번 칭찬하고 믿어주는 것으로 변화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 분명 실망이 뒤따를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변화시킬 수 있는 믿음과 기다림이 있다면 긍정적인 기대가 보여주는 엄청난 기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국 에니어그램 지도자
천주교인천교구 부평노동사목(502-3006) 상담실장
김은숙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