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심리 이야기

그동안 총 10회에 걸친 에니어그램을 통한 성격심리이야기를 마치고, 앞으로는 현 사회 속에서 현대인이 가장 빈번하게 느끼는 생활심리이야기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어느 가난한 수도원에 영성 깊은 수도자와 그의 제자들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수도원 출입문을 지나다니는데, 오갈 때마다 ‘삐걱 삐걱’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그러자 한 수사가 몹시 화를 내면서 “저 놈의 삐걱대는 소리, 이 망할 놈의 문”하면서 문을 꽝 찼다. 그러자 영성 깊은 사부가 “자네는 오늘 아침 심기가 무척 불편한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는가?”하고 묻자, 그 제자는 문에서 나는 삐걱대는 소리가 화를 내게 했다고 답하였다. 사부는 곧 “그 문이 요술 문이라도 되는 모양이지? 다른 사람들은 괜찮은데 자네한테만 화를 내게 하니 말일세”라며 삐걱대는 문이 문제이기보다는 그에 대해 화를 내는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설명하였으나 그 수사는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사부는 그 수사를 연못에 데리고 가서 나무 막대기로 연못을 휘휘 저어 연못을 금세  흙탕물로 변하게 했다. 사부는 삐걱거리는 문이 외부에서 화를 가져다가 그 수사의 마음 속에 넣은 것이 아니라, 화는 이미 그 수사의 마음속에 있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화’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쉽게 경험하는 감정 중의 하나이다.
모든 감정에는 목적이 있고,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다 가지고 있다. 그 감정들을 지혜롭게 다스리면 삶의 강력한 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제대로 못 다스리면 위험과 많은 해를 불러 올수도 있다. 

‘화’도 인간 본성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으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선이 될 수도 있고, 악이 될 수도 있다. 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1995년에 발표한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 4판, DSM-Ⅳ>에서 ‘홧병’을 한국인에게서 나타나는 특이한 질환으로 ‘hwa-byung'이라는 용어로 표기하고, 한국민속증후군의 하나인 분노증후군으로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마음을 밖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안으로 삭히고, 참고, 표현하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한국의 문화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화는 왜, 어떻게 일어나는 것인가? 
자신이 외부로부터 방해를 받거나, 좌절을 경험하거나, 무시나 공격 또는 비난을 받았을 때 적극적인 감정의 반응으로 화가 일어난다. 화가 났을 때 어떤 사람은 짜증을 내거나 냉소, 빈정거림, 우울 등 부정적인 반응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원한을 품으면서 분개하기도 한다. 그리고 상처를 준 사람에게 복수하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즐거워하기까지 한다. 화가 보다 극단적인 폭력성으로 표현될 때는 적대감, 증오, 살인과 같이 파괴적인 방향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부정적인 경험의 ‘화’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흔하게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화가 났을 때 잠시 멈추고 열까지 세면서 화를 가라앉히라는 것이다. 과연 열까지 세면 화가 가라앉을까? 장담하건데 절대 아닐 것이다. 그것은 화를 일시적으로 누름으로써 결국 화를 참고 자신을 소외시키면서 통제하는 것일 뿐이다. 화를 눌러서는 절대로 화를 처리하지 못한다. 억눌린 화는 화내는 것을 단지 미루고 있을 뿐 언젠가는 더 큰 화로 자신을 괴롭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화를 쌓아두면 병이 나기 때문에 ‘화’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표현하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분별없이 표현한다고 해서 과연 화가 해소될까? 어쩌면 자신의 화는 솔직하게 내질러 버려 해소했지만 또 다른 이의 마음에 화를 심어놓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화를 잘 다스릴 수 있는지 그 방법은 다음호에서 계속 살펴보자.


한국 에니어그램 지도자
천주교인천교구 부평노동사목(502-3006) 상담실장
김은숙

(200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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