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진흥원 최우수작품집으로 선정된 시집 <벽화>의 김영산 시인

문예회관 앞에서 만난 김영산 시인은 막 사무실에서 일하다 나온 듯한 반듯한 외모에 인터뷰를 하는 것이 영 어색한지 연신 쑥스러운 미소가 번지는, 아주 평범한 인상을 지녔다.
시집 <벽화>를 통해 도시인의 외로움과 연민을 섬세하게 ‘그려냈던’ 화가 같은 시인과 도무지 연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 시간 남짓 그의 시와 인천에 대해 이러저러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이 사람은 천상 시인’이란 느낌을 갖게 된다.
김영산 시인은 인천의 시인이다. 그러나 시인은 인천과 아무런 연고가 없다.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학교를 다녔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진학해 시 창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에도 인천과 인연을 맺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시인은 천상 인천 사람이다. 그가 공식적으로 첫 등단을 했던 곳도 인천이었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린 곳도 인천이었고 그의 시적 감수성을 채워주는 동지를 만난 곳도 인천이었다. 우연히 정착하게 된 도시지만, 마흔을 갓 넘긴 그가 토해내는 시어는 인천의 바다와 도심을 그대로 닮아 있다. 2004년 문예진흥원 최우수작품집으로 선정된 그의 시집 <벽화> 역시 인천의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인이 15년 동안 인천에서 살면서 느낀 인천은 ‘해무(海霧)의 도시’다. 처음 인천에 왔을 때 갔던 부둣가에서 바라본 짙은 안개를 그는 아직까지도 잊지 못한다. 고향을 떠나, 학업을 했던 도시를 떠나 새로운 곳과 마주했을 때의 두려움. 또렷하지는 않지만 아련한 기운으로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해무는 조용히, 그렇지만 넓은 품으로 그를 안아줬을 게다.
인천에서 시인이 느낀 낯설음과 그리움의 공존은 그가 그려내는 시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집 <벽화>의 2부는 ‘벽화’ 연작 15편이 실려 있는데 그가 인천을 살아내면서 보고 느낀 대로 혹은 꿈꾸고 상상한 모습 그대로가 ‘벽화’라는 시로 그려진다. 시인에게 벽화는 시상을 떠올리는 도심 아파트의 높다란 벽이자 시인이 그리워하고 꿈꾸는 ‘누군가’이다.
그래서 ‘벽’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단절’을 그의 시에서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아파트 꼭대기에서 바라본 무수한 아파트 벽들을 향해 시인이 뿜어내는 강한 소통의 의지가 느껴진다. 원래 벽화라는 것이 문자가 없던 시절 소통을 위한 도구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는지도 모르겠다. 떠돌이의 도시, 많은 상처를 안고 사는 도시, 그러나 낯설고 새로운 것들이 꿈틀대며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열린 도시 인천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김영산 시인이 그려낸 ‘벽화’가 보여주는 인천과 사람의 짙은 안개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 또한 어쩌면 당연한 것일는지도.
그가 써낼 다음 시어들 역시 도시를 살아가는, 인천을 살아가는 숱한 사람들의 공명을 이끌어낼 것이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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