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구 산곡동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가 작년 기말시험을 망친 특정 학생에게 답안지를 다시 작성하도록 특혜를 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이렇게 재작성된 답안은 결국 만점을 받았고, 이에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 등 학부모단체가 “학교가 조직적으로 내신 부풀리기에 나선 범죄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0점짜리 답안지가 만점으로

ㅂ고등학교의 작년 12월 21일 2학년 5반 학기말 고사 문학시험 감독을 맡은 고아무개 교사는 이아무개군이 시험 종료 후에도 계속 답안을 작성하자 이군의 답안지를 강제로 수거했다. 전교 1등을 하던 이군은 시험 종료 때까지 전체 32문항 가운데 19문항만 OMR카드에 답안을 작성했고 그나마 전산 판독이 되지 않는 빨간펜으로 답안을 작성한 상태여서 원칙대로 하면 0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군과 이군의 부모는 “감독 교사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시험에 방해를 받았다”며 답안지 재작성을 요구했고 학교측은 시험일로부터 사흘이 지난 24일 이군을 따로 불러 문제지에 적어뒀던 답을 답안지에 다시 옮겨 적도록 해 줬다.
결국 이군은 문학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다.
이군의 답안 재작성에 대해 교사들 사이에서 문제제기가 있자 학교측은 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논의를 진행했고 12월 30일 “교사의 잘못이 인정되므로 답안지가 아닌 문제지에 적어놓은 답을 채점하여 만점 처리한다”는 내용의 결정을 내렸다.

 

학교측 “통상적인 관행, 별 문제 없다”

학교측의 결정에 대해 학부모들의 반발이 불거졌으나 학교측은 “통상적인 관행으로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ㅂ고등학교 정아무개 교장은 “문제를 못 푼 것도 아니고 시간이 없어서 답안 작성만 못한 것뿐인데 이 정도는 교사의 재량으로 충분히 관용을 베풀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번 일로 내신 부풀리기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당일 시험을 감독했던 교사가 재작성을 인정했고 문제제기가 된 부분 역시 성적관리위원회라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 없다”고 말했다.

 

학부모단체 “조직적인 범죄행위” 주장

이에 대해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는 “50명 학생 중 유독 그 학생만 교사의 목소리 때문에 답안을 작성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교장 이하 교사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한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당시 답안을 채 작성하지 못하고 답안지를 제출했던 학생이 더 있었지만 유독 이군에 대해서만 재작성을 하게 한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이야기다. 또한 문제의 학생이 전교 1등을 해왔고 서울대 법대 진학을 희망해왔다는 점을 들면서 “내신의 비중이 높아진 새로운 대입전형에 따라 학교측이 특정 학생의 내신을 부풀리는 특혜를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ㅂ고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작년에도 급식비리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더니 또 다시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며 “옳고 그름을 가르쳐야 할 교육현장에서 도덕적 해이의 극단을 보는 것 같아 참담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또 노현경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 전 지부장은 “전교 1등 하던 아이에게는 시험 시간이 지나고도 답안 작성의 기회를 주는 것을 지켜본 또래 아이들이 받을 상실감, 공부 잘하면 뭐든 용서된다는 자괴감이 가장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인천지부는 지난 20일 인천지방검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교육부에 ㅂ고등학교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가 검사 자제의 시험을 대신 치른 사건에 이어 불거진 이번 ㅂ고등학교 기말고사 특혜시비는 내신성적에 대한 불신과 더불어 입시중심 교육제도의 심각한 후과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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