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

 

<인크레더블>은 슈퍼히어로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 선량한 시민을 구하는, 그야말로 영웅인 것이다. 사람들은 그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이두박근, 삼두박근 튀어나온 역삼각형 쫙 빠진 몸매에 악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아낌없이 쓰는 슈퍼히어로.
영웅을 동경하는 미국 사회에는 이런 영웅들이 무지 많다. 물론 우리의 주인공 인크레더블은 그 중에서도 뛰어나서 주인공을 맡을 수 있었지만, 얼음을 얼리며 활약하는 ‘프로즌’, 맘먹은 대로 ‘쭈욱’ 늘어나는 몸매의 ‘엘라스티 걸’, 뛰어나긴 했으나 망토가 비행기에 걸려 죽고만 ‘썬더헤드’ 등 무수한 슈퍼히어로들이 이 영화에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의 활약 이면에는 문제들이 있다는 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시민들은 그 영웅들로 인한 막대한 세금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친다. 그래서 정부는 이들 슈퍼히어로들을 통제하기 시작하고, 급기야 그들을 평범한 시민으로 안주시키기에 이른다.
슈퍼히어로들은 이제 평범한 시민들 틈에서 타고난 능력을 숨기고 보험회사 직원으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살아간다. 그러나.
이렇게 살 수 없었다. 더 이상 불의를 참을 수도 없었고, 능력을 썩히며 살 수 없었다. 한번 사는 인생, 정말 해보고 싶은 대로 살고 싶었다. 그래서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아내에게는 “출근하겠습니다” 인사하고는 악당을 없애는 프로젝트에 합류한다.
인크레더블은 미국이 동경하는 ‘영웅’ 이야기에 ‘가족’이라는 드레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거기다 “너희 맘 다 알아, 잘난 척 하는 영웅이야기, 맘에 들지 않는 것 많았지?” 하며 ‘영웅’ 이야기에 반기를 들 만한 사람들의 속도 살살 긁어준다. 하지만 결국은 너무나도 귀여운 꼬마 영웅까지 거느린 영웅 가족이야기일 뿐이다.
그래서 사실, 이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쓰긴 싫었다. 그래도 이 영화는 재미있다.
처음부터 시작까지 스피드 있게 진행되는 이야기와 화면이 통쾌하고, 각각의 캐릭터들은 얼마나 통통 튀는지, 미국 영웅 이야기이고 가족주의고 뭐고 간에 재밌어서 죽겠더라. 그래서 어느새 사람에 대한 연민 없이는 진정한 영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인크레더블 가족에게 아낌없이 웃음을 주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래,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사심 없이 웃으며 새해를 시작하는 것도 과히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까짓 거 웃고 시작하자구요. 하! 하! 하! 그리고 멋지게 새해를 시작하자구요.

최경숙/우리영화를사랑하는인천사람들 카페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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