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설계 및 관리 소홀, 주민 외면 초래

천장 차양막이 파손된 일신 베드민턴장

부평구가 지난 해 일신동에 설치한 배드민턴장이 잘못된 설계와 관리 소홀 등으로 인해 흉물로 전락, 주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구는 지난 해 8월 1억3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토지 소유자인 한국도로공사에 도로점용허가를 받아 일신동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아래 공간에 330여 평 규모의 배드민턴장을 만들었다.

당초 구는 바닥만 조성할 계획을 바꿔 주민들의 요구대로 외벽과 지붕을 갖춘 실내 경기장으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도로공사 측의 반대로 지붕은 설치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배드민턴연합회 측에서 천장 차양막이 없으면 배드민턴장을 이용하기 어렵다며 설치를 요구, 결국 구는 불법 건축물임을 알면서도 천장 차양막을 설치했다.

그러나 개장한 지 불과 6개월이 지난 지금, 이 배드민턴장은 차양막이 심하게 파손돼 이용하는 사람이 없이 문이 굳게 잠긴 채 흉물로 방치된 상태다.
심지어 배드민턴장 옆에 설치된 간이화장실은 분뇨가 넘쳐 악취가 코를 찌르고 있고 햇빛을 가리려고 쳐놓은 천막은 군데군데 찢어져 괴기스러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구로부터 시설 관리를 위탁받은 부평구배드민턴엽합회 관계자는 “천장 문제와 조명 눈부심 등 실제 이용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며 “설계 당시부터 수차례 개선을 요구했으나 구에서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다른 배드민턴장 시설보다 공사비용이 적게 책정되다보니 공사가 부실하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이 인터넷으로 민원을 제기하자 구는 뒤늦게 천장 차양막을 철거, 보수 공사에 들어갔다. 문화공보과 체육진흥팀 관계자는 “주민들 민원 제기 후 천장 차양막을 철거했으며, 새로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구는 예산은 예산대로 투입하고, 불법 건축물임을 알면서도 일부 주민들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 배드민턴장에 천장 차양막을 설계했지만, 부실 설계와 관리 소홀 등으로 인해 주민들이 이용조차 어렵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만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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