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곡2동 홀몸노인들을 찾은 부원중 학생들


지난 22일 추운 날씨에 해마저 떨어져 기온이 더 내려가는 오후 5시. 부원중학교 3학년 8반 학생들은 청천동 금호아파트 맞은편에 있는 산곡2동의 주택가 골목길에 들어섰다.
고교 입학 원서 접수가 끝난 날이고 성탄절, 연말연시, 긴 방학을 앞두고 하고 싶고, 가고 싶은 곳도 많을 이들이 홀몸노인들을 찾아가기 위해서 나선 길이다.
3학년 8반 담임선생님과 예닐곱 명의 학생들의 손에는 작은 상자가 하나씩 들려 있었고 학생들은 멀지 않은 길이지만 서로 농담도 주고받으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러나 산곡2동 독거노인들에게 매주 화요일마다 밑반찬을 전달해 온 산곡동 아름다운센터 관계자의 안내로 찾아간 할머니들의 삶은 충격 그 자체였다.
높은 아파트 단지와 상가 건물 뒤로 이렇게 허름한 주택들이 모여 있는지도 몰랐고, 작은 부엌 하나 딸린 단칸방에서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의 삶이 낯설었다. 학생들은 서 있기조차 힘든 작은 방에서 할머니에게 노래를 불러드리고 음료수와 간식 거리가 들어있는 작은 상자를 건네 드렸다. 
다음, 다음 집은 부엌도 없는 데다가 워낙 방이 비좁아 들어갈 수조차 없었다.
“이 추운날 왔는데 들어오라는 소리도 못하고 어떡하지, 이걸 고마워서 어떡하지” 학생들을 맞이한 할머니는 고마움에 앞서 미안한 마음에 안절부절 했다.
윤문수 학생은 “할머니들이 이렇게 살고 있는지 몰랐다”며 “혼자 사시는 분이 많은 데 모르고 나만 위해 살아온 것이 안타깝다”고 학생들을 대신해 소감을 밝혔다.
이날 학생들은 다섯 분의 할머니들을 찾아뵙고 간식거리를 드렸다. 또한 학교에서 음식바자회를 통해 얻은 수익금 16만원은 할머니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사드릴 수 있도록 산곡동아름다운센터에 기탁했다.
3학년 8반 학생들은 지난 17일 중학 생활 마무리 차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음식바자회를 열었다. 모듬별로 김밥, 주먹밥, 샌트위치, 어묵, 컵라면 등을 판 수익금을 어떻게 쓸까, 토론한 끝에 홀몸노인들에게 쌀을 드리면 농민들도 도울 수 있어 일석이조라 생각했지만 연말연시라 노인들에게 쌀이 들어오는 곳이 있어 꼭 필요한 물품을 사드리기로 했다.
이름 밝히길 꺼린 담임선생님은 “아이들 스스로 토론하고 결정한 일”이라며 “산곡남중에 근무할 때 산곡동아름다운센터를 알게 돼 이곳 노인들을 소개시켜 줬을 뿐”이라고 학생들을 칭찬했다.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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