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해야 하나, 유지해야 하나?

여당과 한나라당의 정치공방으로 국가보안법(이하 보안법) 폐지안이 임시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회 법사위원회 사무실을 열흘 넘게 점거하는 등 ‘보안법 폐지만은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반해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들과 민주노동당, 시민단체들은 보안법을 연내에 폐지하고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자고 맞서고 있다. 보안법 폐지를 당론으로 결정한 바 있는 열린우리당은 당 지도부가 여야 4자회담에서 보안법 폐지 입장을 흐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의원들간에 갈등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우리 지역에서 보안법 폐지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는 의견을 듣고, 공론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

 

1. 보안법 폐지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

조진형 : 국가 유지를 위해 기본적인 철학 이념이 정립돼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한다. 대한민국은 어느 나라보다 국민이 안전과 자유를 누리며 경제 부흥의 토대 위에서 국가발전이 되어 왔다. 이러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보안법은 큰 역할을 해왔다.

한상욱 : 사회·역사적 측면에서 보안법은 우리사회의 발전과 진보를 가로막아 왔다. 특히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을 죽이고 탄압했던 ‘치안유지법’에 기초하고, 군사정권시절에는 권위주의적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적 반대 세력을 제거하는데 악용된 법이 바로 국가보안법이다. 21세기에 아직도 이런 법이 존재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2. 보안법 폐지에 대한 본인의 주장을 보충한다면?

: 보안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해온 반인권, 반민주 악법이다. 냉전을 빌미로 국민의 생각과 사상을 차단하고, 학문·예술의 자유를 탄압하고, 언론 출판·집회의 자유 등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 억압해 왔다. 보안법으로 피해를 당한 사람이 100만 명에 달한다. 또한 보안법은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함으로써 남북간의 교류협력은 매우 차단되어 있고, 이로 인해 통일을 위한 기본적 합의와 교류협력이 이루어질 수 없다.

: 노무현 정부는 개혁을 통해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규제를 완화해 기업하기가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또한 민주화가 더욱 신장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이유로 보안법 폐지 법안을 국회에 상정해 국민들간의 대화합을 이뤄야 할 정치적 의무를 ‘직무유기’ 하며, 북한의 남한에 대한 시비적(시비를 거는 듯한) 주장을 대행해 주는 인상이다. 

 

3. 주영선 한나라당 의원이 폭로한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 ‘간첩암약설’을 기점으로 보안법 폐지 논란이 연말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견해는?

: 최근 국회에서 벌어진 국회의 간첩 프락치 운운은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생각한다.

: 과거시대로 역행하는 구태의연한 정치공세로 21세기 제1야당으로서 한심한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늘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정적을 ‘빨갱이’화 시켜왔음을 다시 확인시켜 준 사건이다.  

 

4. 중국이 ‘동북공정’ 등을 외치며 거대한 땅과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 패권을 잡으려 하고 있다. 또한 10년의 경기 침체를 깨고 다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을 꿈꾸는 일본은 자위대의 군사력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분단은 우리 민족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남북의 통일만이 세계 정세를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평가도 많다. 남북교류와 보안법의 연관성에 대한 견해는?

: 지금 한반도는 21세기형 열강들의 각축이 집중되고 있는 신동북아 질서 구축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이는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는 시대임을 말한다. 이러한 때 민족의 단결을 강화해 ‘통일시대’를 앞당기는 것은 아주 절실한 일이다. 남과 북이 서로간의 적대적 태도를 버리고 정치경제, 사회문화, 군사 등 모든 영역에서 민족단합의 기운을 상승시켜가야 한다. 이를 통해 경제, 문화, 생활공동체로 발전시켜 ‘통일부흥국가’로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시점이다. 보안법을 그대로 두고서는 통일은 절대로 오지 않을 것이다.

: 우리가 중국, 일본의 경제 부강과 군사력 증강에 위협을 느끼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구촌시대다. 국제적 협력과 국방 제휴관계에 의해 국가안보가 구축돼야 한다. 이런 국제적 국방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가경제를 키워야 하며, 철저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동반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즉 남북통일만이 세계정세에 대응할 수 있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남북관계는 꾸준히 개선하고 협력하는 인도적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남북교류의 급속(急速)을 위해 보안법 폐지를 상정한다면 큰 잘못이다.

 

5. 보안법 폐지를 반대하는 진영은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보안법마저 없다면 국가의 안보를 어떻게 지킬 수 있냐”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간첩이나 반국가 활동을 하는 사람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사라진다”며, 보안법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지난 12월 8일 국가원로회의(회장 강영훈)는 ‘보안법의 일방적 폐지 주장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견해는?

: 국가 원로들의 입장은 경제난으로 국민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서민경제를 회생시켜 보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보안법 폐지 및 개혁입법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양분시켜 불안하게 하니,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국가 원로들이 의견을 모은 것을 강영훈 회장이 국가보안법의 일반적 폐지 주장은 위험하다고 정의해 주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고 국가를 염려한 판단이었다고 본다.

: 보안법이 폐지되면 국가안보에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오로지 반대를 위한 억지 주장이다. 현행형법으로도 내란·외환, 국기 물란 등에 관한 죄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보안법은 더 이상 필요 없다. 갈등을 불식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에 맞게 ‘통합과 단결’의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보안법 폐지는 수구냉전시대를 대변하는 대북 적대와, 대미굴종의 구시대정신을 극복하고 민주와 평화통일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국민을 통합하는 전기가 될 것이다.

 

6. 보안법 조항 중 논란의 핵심은 국가보안법 제7조 ‘찬양·고무’ 조항과 10조 ‘불고지죄’ 조항이다. 또한 북한의 현 정부를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조항이다. 이에 대한 견해는?

: 남북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고, 올림픽에 단일기를 앞세우고 동시에 입장했다. 또한 개성공단에서 남북합작 냄비가 생산되고, 금강산 관광도 쉽게 할 수 있다. 아울러 당국자간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을 아직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잘못이다. 보안법 폐지를 통해 하루빨리 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는 속에서 진정한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더욱이 찬양고무, 불고지죄는 통일운동세력(또는 정부를 비판하는 행위)을 잡아 가두는 데 악용한 조항들이다. 공안당국은 그동안 정당한 민주화 요구를 보안법 7조와 10조를 내세워 탄압해 왔다. 언론을 보라, 90년 이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보안법으로 피해를 입었음을 진술하고 있다.

: 과거 정권이 보안법을 악용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91년 5월에 악용 소지가 있는 부분들을 개정했고, 문민정부 이후 인권 침해나 권력 유지에 이용하려는 방향으로 법을 운영한 사실이 없다. 91년 이후 보안법으로 인권문제가 사회문제화 된 적은 없다. 또한 북한은 자국의 국가안보에 관한 법 개정은 없이 남한의 보안법 폐지만을 주장하고 있는데, 여당이 이를 들어주려는 의도로 간주된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문제도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판단해서 상호 교류 및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민 갈등과 경제적 고통이 심화되고 있다. 정치의 중심을 경제 살리기에 두기를 바란다. 보안법 폐지에 여당의 전부를 거는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7. 보안법, 남북통일, 인권신장과 관련해 의견을 부탁한다

: 남한의 인권은 세계 국가 중 크게 지적 할 만한 사안이 아니고, 북한의 인권은 세계에서 최하위라는 통계가 누누이 발표되고 있다. 남북통일만이 인권신장이 되는 듯 보는 견해는 억지이며, 보안법 폐지를 위한 무리한 기만 행위로 본다.
: 보안법 폐지는 국민의 기본권보장과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전, 남북통일을 이루기 위한 시작이다. 보안법 폐지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 ‘학문 예술의 자유’ 등 국민의 기본적 권리보장을 통해 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하도록 만들 것이다.

 

8. 보안법 폐지 논란을 두고 어려운 경제여건과 민생현안을 ‘나 몰라라’ 하는 여야 간의 세 대결로 보는 시각이 있다. ‘경제가 어려운데 보안법 폐지가 무엇이 중요하냐’와 ‘보안법 폐지는 민생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상반된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 물론 경제발전과 민생안정이 중요하다. 그러나 경제발전을 위해 정치발전을 늦추자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사회는 지금 ‘민주주의 완성’과 ‘민생안정’이라는 두 과제를 잘 실현해야 한다. 보안법으로 인해 지금까지 수많은 국민이 고문을 당하고, 가정이 파탄됐는데 이것이 어찌 민생이 아니겠는가. 또한 개성공단이 열리고, 수많은 기업들이 남북합작을 통해 경제회생을 꾀하는 이때 변화하는 현실에 맞게 정치, 경제발전을 이룩해 나가야 한다.

: 민생과 보안법의 개·폐 문제는 별개이다. 현 정권 들어와 세계경제는 30년 만에 호황이라고 하고, 14년에 걸쳐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던 일본도 경제회생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우리나라만 경제가 ‘엉망진창’이라 서민들은 정치권이 경제 살리기에 전력을 다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먼저 경제를 살리면서 국민이 안도하는 소리가 나올 때 보안법 폐지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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