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와 가락 그리고 정(情)이 넘쳐 흘러요

지난 14일 각 동을 대표해 16개 팀이 참가한 ‘제 1회 부평구 주민자치센터 동아리 경연대회’ 공연부문에서 ‘장기타령’을 불러 영예의 최우수상을 거머쥔 청천1동 민요교실반.
영광의 주인공들을 만나기 위해 중복 더위가 극성을 부린 25일 오후 2시경, 청천1동 주민자치센터 지하 공간을 찾았다.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한 커다란 거울과 반대편 벽면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장구들이 연습공간 분위기를 한껏 자아내고 있다.

민요교실반 남승희(62) 회장의 안내로 들어선 연습실에 단 둘이었던 수강생이 연습시간인 2시 30분이 다가오자 10여명으로 늘고, 국악인 유춘낭(54) 선생을 중심으로 각자 앞에 장고를 놓고 자리를 잡는다.
그러고는 ‘덩∼기덕 덩덩’ 유 선생을 따라 모두들 장단을 맞춘다. 소리를 하기 위해서는 장단 맞추기는 필수. 유 선생은 수강생 한 명 한 명의 틀린 장단을 지적, 바로 잡아주고 지적을 당한 수강생은 틀린 부분을 고치느라 열심이다.
사실 청천1동 민요교실반에는 청천1동에 거주하는 주민들만 오는 것이 아니다. 가까이는 부평동에서 오고, 멀리는 계양구 등 타구에서도 온다. 이들은 대부분 유 선생을 알게 된 후 유 선생을 따라서 오게 됐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유 선생의 실력 있는 지도가 청천1동 민요교실반이 ‘잘 나가는’ 비결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청천1동 민요교실반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2시간씩 강습을 한다. 수강생 중에는 몇 개월 되지 않은 초보도 있지만 절반 정도는 6∼7년 동안 장구 채를 잡고 소리를 배운 사람들이다.
소리가 좋아서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고, 지금도 소리공부를 하고 있다는 15년 경륜의 유춘낭(54) 선생은 “민요 배우기는 처음에 많이 힘들기 때문에 무엇보다 끈기가 필요하다. 민요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다보니 음계(악보)가 없어 배우기가 쉽지 않고 특히 소리를 흔들어주고 꺾어주는 등 ‘시김새’가 있어 처음에는 매우 어렵다”며 “본인이 좋아해야 꾸준하게 오래할 수 있다”고 수강생들을 격려했다.
“무엇보다 건강이 좋아져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주부들이 장단에 맞춰 소리를 하면서 그걸 해소하고 심폐기능도 좋아지죠.”
오래 동안 신경성 위염으로 고생을 하다가 민요를 한 후 건강을 되찾았다는 남승희 회장이 민요의 장점을 소개하며, 유 선생의 말을 이었다. 남 회장은 44∼45kg 나가던 체중이 민요를 한 후 정상인의 체중으로 불어났다고 덧붙였다.
40대에서 60대 여성들이 소리와 가락이 좋아 흠뻑 취하기도 하지만 짬짬이 주부로 돌아가 자연스레 수다도 떨게 된다. 자녀교육이야기, 결혼이야기, 건강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는 텃밭에 심은 고추를 따와 함께 나누고, 꽃무늬 원피스가 화사하고 보기 좋다며 칭찬하고, 맹장수술을 했는데 괜찮냐며 안부를 묻는, 서로를 아끼는 모습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누가 새로 들어와도 절대 텃새를 부리지 않고 한 식구라 생각하며 모두가 포용하려 해요”
남 회장의 말은 청천1동 민요교실반이 ‘잘 나가는’ 또 하나의 비결,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들은 취미생활을 하고 기량을 높이는 데에만 머무르지 않고 양로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산주공아파트 노인정, 소망의 집 등을 다달이 찾아 갈고 닦은 민요와 무용을 노인들에게 선보이며 흥겨운 시간을 보낸다. 전에는 멀리 있는 시흥 은빛마을 양로원, 강화 내리 요양원 등을 정기적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소망의 집을 방문했다가 돌아올 때면 할머니들이 ‘언제 또 오냐’고 꼭 묻는다”며 할머니들이 민요를 들으며 같이 춤추는 걸 참 좋아한다고 기뻐하는 청천1동 민요교실반 사람들.
외로운 노인들을 소리와 춤으로 위로하며 함께 살기를 노력하는 모습이 청천1동 민요교실반의 ‘잘 나가는’ 세 번째 비결인 듯했다.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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