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도 1회 고졸검정고시 전국 최고령 합격자 우기호씨


“오빠 또 인터뷰 하나보네. 호호호… 수고해. 나 먼저 갈께”

17일 기자와 인터뷰하는 2007년도 1회 고졸검정고시 전국 최고령 합격자인 우기호(77·갈산2동)씨에게 북구도서관 ‘사랑방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한 여성이 건넨 인사말이다.

77세의 연령에 ‘오빠’라는 호칭이 어색할 만도 한데 ‘사랑방학교’ 학생들과 나누는 인사와 대화가 아주 자연스러워 보였다. 우씨는 ‘사랑방학교’에서 유일한 남학생이기에 여학생들이  잘 챙겨준다고 한다.

우씨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젊은이들 저리가라 할 정도로 대단하다. 우씨는 눈이 좋지 않아 교재를 확대 복사해야만 겨우 볼 수 있고, 바로 옆에서 큰 소리로 또박또박 말하지 않으면 알아들을 수 없어 보청기를 착용하고 늘 교실 맨 앞자리에서 수업을 듣는다.

“매일 새벽 2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공부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공부를 하다가 7시 즈음에 아침식사를 하고 신문에 나온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공부를 하지요. 사랑방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6시 정도 되는데 취침시간 9시 전까지는 공부해요. ‘시간 날 때마다 공부 하는 구나’ 하고 이해하시면 편하실 거예요”

고령에 이렇게까지 공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씨는 한국전쟁 시 유엔군에 입대하면서부터 인도네시아와 리비아 등 해외에서 기술자로서 살았던 자신의 인생을 기록하는 글을 쓰던 중, 자신의 수준에서 글을 쓸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욱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공부하겠다고 했을 때 자식들의 반대가 심했어요. 다 늙어서 무슨 공부를 하냐면서 건강도 좋지 않은데 편히 쉬라고. 하지만 내가 경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는 인정해주기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졸업자격을 따낸 지금은 굉장히 존경스러워 합니다”

그가 용기내서 처음 찾아간 곳은 경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그곳에서 시와 수필 창작을 수강했고 그밖에도 생활컴퓨터, 한글서예 등 다방면의 강좌를 수강했다. 1997년부터 시 창작 공부를 시작하게 된 우씨는 경인교육대학교에서 2005년까지 8년, 덕성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 동안 공부하면서 한국전쟁 당시의 경험담을 쓴 소설 ‘X파일’을 비롯해 약 100여편의 수필을 지었다.

그러던 중 가정형편으로 중학교부터 다니지 못해 받지 못했던 중·고등학교 졸업장을 취득하기 위해서 2년 전에 북구도서관 ‘사랑방학교’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그렇게 공부를 시작한지 1년 뒤, 중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를 치르려 했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한국전쟁 이전의 초등학교 졸업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던 것. 증거기록을 찾기 위해 졸업했던 학교와 구청 등을 열심히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해 중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와 고등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를 한해에 같이 치르게 됐다.

“일단 시험에 합격해서 기분은 좋았어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자신이 있었지만(웃음). 기출문제와 예상문제를 3~4회 반복해서 풀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자격 검정고시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던 2006년,우씨에게 큰 위기가 닥쳐온다. 심장병으로 인해 수술을 받아야 했던 것. 그는 병원에서 한 달 동안 수술과 치료를 받았고 집에서 한 달 동안 쉬어야만 했다. 집에서 쉬고 있으려니 몸에 좀이 쑤셔서 견딜 수 없었던 우씨는 완쾌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도서관을 왔으나 4층까지 걸어 올라갈 수 없었다.


“심장병 수술을 받고 집에서 한 달 정도 쉬었는데 심심해서 견딜 수 없었어요. 그래서 도서관에 다시 나왔는데 강의실이 4층으로 옮겨졌더군요. 한번은 걸어 올라가려다가 너무 힘이 들어서 포기했어요. 검정고시 공부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지요. 그때 평생교육운영과 직원들이 도와줘서 다시 공부를 할 수 있게 됐죠. 너무나 감사한 분들이에요”

우씨는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낸 것에 안주하지 않고 대학생활을 꿈꾸며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꼭 영문과에 진학해서 자신이 쓴 수필을 영어로 번역하겠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문 자격증 시험에서 두 번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기에 이번 도전에서는 반드시 합격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현재 우씨는 공부 외에도 한 가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북구도서관 ‘사랑방학교’에 다니면서 경험한 일을 자서전적 수필로 작성하는 것. 한국전쟁부터 써 왔던 자서전식의 수필을 지금까지도 이어 작업하고 있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 열심히 공부하며 문학 활동도 활발히 하는 우씨. 건강한 모습으로 대학교 졸업 학사모를 쓰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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