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이면 자치단체마다 다음해에 쓸 예산을 놓고 골머리를 싸맨다. 쓸 데는 많은데 쓸 돈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가와 지방, 광역과 기초의 매칭-펀드(matching fund=일정 비율 부담)로 이뤄지는 국·시비보조 사업은 자치구 재원조달에 가장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더구나 씀씀이에 비해 적은 재원에다 획일적인 국·시비보조율로 국·시비보조 사업을 수행하는 부평구와 같은 거대 자치구는 더 그렇다.

이로 인해 부평구는 국·시비보조 사업이 아닌 자체사업을 추진할 재정이 없어 인천시에 애걸복걸하는 신세가 된다. 인천시 예산담당관실의 시비지원 관련 통보에 일희일비해야 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런 현상은 현행 80대 20이라는 국세와 지방세의 세 구조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시비지원이 합리적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행해져 자치구의 일희일비를 쥐락펴락하는 것도 큰 문제다. 이는 시의원이 나서고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의 지역 정치인이 나서야 시비를 끌어오고, 또 그것이 치적인 냥 내세우는 관행을 지속하게 한다.

때문에 시가 자치구의 부족 재원을 보전해주도록 조례로 제정한 재원조정교부금(=취득세와 등록세 징수액) 배분비율을 늘리는 동시에 자치구 실정에 맞게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돼 왔다.

실제 전국 광역자치단체의 평균 조정교부금 비율은 인천시 보다 10% 높은 60%다. 더구나 인천시는 8개 자치구에 배분할 조정교부금의 10%를 특별교부세 명목으로 떼어내 자신의 입맛에 맞는 곳에 지원해왔으며, 배분해야 할 조정교부금의 5~6%를 자신이 써왔다. 또한 올해 인천시의 조정교부금 배분을 살펴보면, 부평구 보다 인구수가 50만명이나 적은 동구의 경우 331억원으로 부평구 635억원의 절반이 넘는다. 인구 15만명 차이가 나는 남구의 조정교부금은 599억원으로 부평구와 별 차이가 없다.

최근에 부평구는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추진되는 건강증진사업에서 자치구가 부담하는 비용을 시가 전액 부담해 줄 것을 요구했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이 담배 소비로 조성되는데, 담배소비세를 시가 다 가져가면서 건강증진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일부를 자치구가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인천시는 조정교부금 배분비율 증가와 합리적 배분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안상수 시장이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실태조사를 통해 재원조정교부금을 늘리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말이다. ‘시가 당연히 배분해야 할 조정교부금을 내려주지 않아 자치구가 재정운용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인천시가 구도심권인 부평구 지원에 너무 인색하다는 평은 회자된지 오래다. 그러나 당연히 나눠줘야 할 몫을 자신이 일부 챙기고 나눠 주고, 또 그 배분이 합리적이지 않고 부당하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시비지원이 인천시민사회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인천시는 알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