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청이 비정규직 25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짧게는 2년, 길게는 17년을 구청에서 행정보조로 근무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부평구청은 비정규직 120명 중 25명을 9월 30일자로 해고하고, 12월 31일자로 나머지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해고할 예정이다. 해고의 이유는 확보한 예산이 없다는 것이다.

해고통보를 받은 25명을 비롯한 부평구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역사회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교통비와 식대를 제외한 월 50만~60만원의 저임금 속에서도 묵묵히 일해 왔는데, 돌아온 것은 해고뿐이라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공무원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온갖 설움을 받으면서도 생계문제 때문에 참고 일했는데, 이제 와서 해고라니 우리사회에 과연 정의는 있느냐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부평구청의 비정규직 해고는 몇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

우선, 부평구청은 일반 사기업이 아닌 공공기관이다. 최근의 이랜드 사태는 우리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공공기관마저 비정규직을 외면하면 우리사회에서 비정규직이 설 자리는 없다.
결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사회적 불안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높다.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사회적 불안을 야기 시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공기관만이라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가능성을 열어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부평구청의 비정규직 해고는 부당하다.

둘째, ‘예산이 없다’는 부평구청의 비정규직 해고 논리의 부당함이다. 부족한 예산의 피해를 힘없는 비정규직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부평구민들의 정서와는 정반대의 논리다. 부평구민들은 열심히 일하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놀고먹는 고위직 공무원들이 정리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고위직 한명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 연봉 900만원의 비정규직 5~6명을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기야 구청장의 1년 치 업무추진비만 아껴도 비정규직 10명은 넘게 고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더한다. 

예산이 없다는 데야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예산 부족의 피해가 힘 있는 고위직이 아닌 비정규직에게 전가된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IMF 직후 부평구청이 하위직 위주의 구조조정을 시도하다 거센 저항을 받았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고위직 공무원들의 밥그릇은 깨지지 않는 철 밥통이고, 비정규직은 파리 목숨과 같다면 세상은 얼마나 불공평한가?

부평구청은 해고 통보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원래의 자리에서 맘 놓고 일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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