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구 각종 행사의 과다한 생색내기 의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6일 부평구 의회는 구정질문을 통해 부평구가 각종 행사 과다로 인해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고, 행사 자체도 지루한 내빈소개와 축사 등으로 행사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부평구의 각종 행사가 구청장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구청장의 지각 참석으로 행사 시작이 늦춰지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행사 자체보다 행사 의전에 신경쓰다보니 행사를 망친다는 지적이다.

부평구청장이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1년 동안 참석한 공식행사가 538건에 이른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비공식 행사를 포함하면 하루 두, 세건 이상의 행사에 참석했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행정력이 낭비된 것은 물론 구청장이 행사명이나 행사의 취지를 충분히 숙지하고 참석했는지도 의심스럽다. 구청장이 행사 등을 통해 구민들을 만나 자신의 소신과 구정 철학을 밝히고, 구민들 의견을 듣고 설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여러 행사를 숨 가쁘게 쫓아다니느라 참가 취지를 살릴지 의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 많은 행사가 구청장의 참여를 의식해 만들어진 의전행사인 것처럼 인식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행사를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행사를 줄여 아낀 행정력을 구민을 위해 쓰고, 남는 시간에 구청장이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이 부평구 발전을 위해 훨씬 효과적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각종 행사에 약방 감초처럼 쫓아다니는 내빈소개와 인사들의 축사 등 의전도 문제다. 특히 구민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행사의 의전은 도가 넘었다는 지적이다. 최근 있었던 부평풍물축제의 개막식 행사는 지역에서 힘깨나 쓴다는 지역인사들의 얼굴 알리기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행사의 주인인 구민들을 뜨거운 태양 볕이 내리쬐는 운동장에 세워 놓고, 구민의 머슴을 자처하는 정치인을 비롯한 인사들은 천막 속 연단 의자에 앉아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행사의 압권은 지역인사 소개와 축사, 인사말 등으로 40분 넘게 허비했다는 데에 있다. 이정도 되면 어지간한 인내를 가지지 않고서야 짜증을 내지 않을 구민이 어디 있겠는가?


행사가 구민을 위한 것이라면 행사에 참여한 구민들을 먼저 배려해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차라리 연단의 지역인사들은 서 있고, 행사에 참여한 구민들은 의자에 앉아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어떠냐는 참석자의 자조 섞인 푸념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부평구민들이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도록 행사 의전을 과감하게 생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한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식에서 쟁쟁한 중앙정부 인사들의 축사 요구를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중앙정부가 많은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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