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송 기자


지난 달 28일 부평구는 부구청장 주관의 ‘신규정책·비전부평 만들기 2010 토론회’를 가졌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토론회는 11시 21분까지 각 부서별로 준비해온 자료 발제 시간을 갖고, 이에 대한 총괄적 평가를 부구청장으로부터 듣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참으로 한심한 자리였다. 구청을 출입한지 4년째 되는 기자가 보아도 재탕, 삼탕 우려먹는 자료를 보고 듣고 있노라니 울화통마저 치밀어 올랐다. 제출된 자료를 그대로 읽는 수준인 이 토론회를 위해 각 부서의 책임자 40여명이 모여 1시간을 넘게 소모하다니.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를 지켜본 부구청장도 한심하기 그지없었나 보다. 부구청장은 한마디로 ‘핑퐁 경영장’이 따로 없다며 일침을 날렸다. 부구청장은 부평구 발전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에서 구체적인 예산확보 방안도 없고, 계획서 제출하고 안 되면 말고 하는 식으로 일에 임하니 부평구 발전이 없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질타했다.

또한 공무원 머리와 책상에서 정책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발로 뛰어 지역상인과 시민단체, 오피니언 리더 등을 만나 어떻게 부평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업무에 임하는 태도와 자세에 대해 원칙을 다시 세워줬다.

결국 이날 토론회는 부구청장의 쓴소리와 가르침 외엔 아무런 성과 없이 다시 준비하는 것으로 끝났다.
이날 토론회는 평소 친분이 있는 한 공무원이 지나치듯 한 말을 떠올리게 했다.
‘승진하고 싶으면 시청이나 사업소로 가고, 대충 정년 맞고 싶으면 부평구청 만한 곳이 없다’ 어쩌면 이 말이 부평구 공직사회의 현 주소를 말해주는 것일 수 있다.

울산광역시에서 시작한 공무원 퇴출제가 서울, 인천, 경상도 등 16개 광역시도에 이어 중앙행정부처까지 확산되며 공무원 조직이 긴장하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 국민 앞에 군림했던 공직사회의 모습은 아니지만, 경직되고 보신주의가 만연한 공무원 조직에 대한 국민적 질타는 언론을 통해 공무원 퇴출제에 힘을 실어 주고 있는 듯하다.
물론 권력의 시녀에서 소신 있는 공무원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시동이 걸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언론에 의한 마녀사냥 식 공무원 퇴출 분위기는 올바르지 않다. 공무원퇴출제가 줄 세우기를 부추기고 이는 결국 주민들에 돌아가는 행정서비스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틀리진 않다.

일방적이고 무원칙한 퇴출제의 시행은 오히려 공직사회를 더 경직되게 만들고, 주민에게 돌아가야 할 공공서비스의 축소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혹 보신주의와 줄 대기, 시간 때우기 등을 일삼는 공무원을 만날 때 공무원 퇴출제의 도입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아울러 부구청장의 가르침(?)처럼 주민이 있는 현장을 발로 뛸 때 정책이 생산되고, 그래야 자신의 업무에 대한 소신도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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