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소리 없이 드러냈던 하얗고 고운 속내를 툭툭 떨어뜨리고 붉고 노란 진달래, 개나리가 그 마지막 자태를 보이는 것이 마치 공장에서 ‘악’ 소리도 못 내고 잘려나가는 노동자 같아 슬픈 계절이다.
온 나라를 난리 속으로 몰아넣은 정부 여당의 비정규직 권리보호 입법안 때문에 더 슬픈 계절이다. 
노·사·정과 국회의 비정규직 법안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사태가 정면 대결로 번질 조짐이다. 양대 노총 위원장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 수용을 요구하며 합동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이에 맞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장들은 인권위원회를 맹비난했다.
지난 14일 국가인권위가 “정부의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노동인권의 보호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기에 부족하므로 비정규직 보호라는 취지에 맞게 법안을 수정하라”는 의견을 낸 후였다.
국가인권위는 8개월이 넘는 검토 끝에 전원위원회를 거쳐 ▲‘기간제’ 남용 방지 위해 사용사유 제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 명시 ▲파견허용 업무 시 ‘포지티브 방식’ 유지 ▲파견근로자의 노동3권 보장 필요 등을 골자로 정부의 비정규 법안 수정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집권여당의 정책조정위원장이라는 한 국회의원이 “국민경제 전체나 국가경영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의견”이라고 공격했다. 현직 노동부장관은 한술 더 떠서 “노동시장 선진화로 가는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나온 돌부리”라며 “잘 모르면 용감해진다”는 식의 오만한 ‘망발’을 서슴지 않았다.
이들의 입에서 거침없이 쏟아진 망발은 한순간 많은 이들의 어안을 벙벙하게 했다. 그리고 난 이들이 인천의 한 하늘아래서 진보적인 경제학자로 대학 강단에 서고, 또 오랫동안 노동운동을 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비애감이 몰려왔다.
난 이들에게 정말 묻고 싶다. 비정규직 권리보호를 위한 법을 만든다는데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 민주화를 위해 행동하는 교수단체들이 저항하고 반대하는 이유가 뭐냐고?
또 “잘 몰라서 용감해졌기 때문”이라고 할까.
이들의 망발에서 인권위의 견해에 반대한다는 말은 한 마디도 찾아볼 수 없다. 결국 내세운 것은 노동시장 유연화요, 외국자본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뿐이다.
난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차라리 진보적인 경제학자, 노동운동가는 출세를 위한 발판이었으며, 이제는 쓸모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고. 앞으로, 앞으로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는 길은 철저한 신자유주의자가 되는 것이라고. 
“정부가 추진하려는 비정규직 권리보호 입법은 제조업 공장에서는 파견노동자들을 고용할 수 없게 되어 있는 현행 근로자파견법을 전 사업장으로 확대한다는 데, 때문에 비정규직 양산법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차별과 빈곤에 허덕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넘쳐 나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닌가요?”
‘잘 몰라 용감한’ 노동자들이 물으면 유식해서 신자유주의에 설설 기는 당신네들은 뭐라고 할건가?
이제는 국회가 나서서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 IMF 외환위기 때 서민들은 국가와 기업이 진 빚을 갚자고 장롱 속에 있던 아이들 금반지까지 내 놓았다.
우리가 외국자본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 왜 8백만명이나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이 차별과 빈곤으로 얼룩져야 하는지 당신네들은 답해야 한다.

 

원권식·인천지역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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