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이 세인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편에서는 개성공단이 위기에 처한 한국경제의 활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고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결국 북한 좋은 일만 하면서 우리 일자리만 빼앗기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발표된 개성공단과 관련해 제출되고 있는 각종 자료들은 개성공단이 남과 북 모두에 상당한 이익을 안겨다 줄 것이라는 점에서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800만평의 공단 부지와 1천200만평의 배후 부지가 조성될 개성공단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국토연구원이 최근 분석한 개성공단의 경제 가치 분석에 따르면 공단이 완성될 경우 북한은 17만명의 고용 효과와 함께 210억9천만달러(약27조원)의 생산효과를 얻고, 6억6천만달러(8천480억원)의 소득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최근 개성공단이 조성되면 3단계 공사가 끝난 뒤 1년이 지난 시점(착공 9년차)까지 남북한을 합쳐 모두 722억8천만달러(약92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사업주체인 현대아산은 공단 완성 시 남측에서 약 36만명, 북측에서 25만명의 고용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8년 동안 진행되는 3단계 개발 과정에서 부가가치만 남한 60억 달러(약7조7천억원), 북한 62억 달러(약7조9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1단계 개발이 시작되는 초기에만 남측에서 3만명의 고용효과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남북한을 합친 61만명의 고용 인원은 현재 국내 창원공단(고용인원 7만명)의 거의 9배에 달하는 규모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의 연간 매출액을 20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의 국민총생산(GNP) 168억 달러(2000년 기준)를 능가한다.
이처럼 개성공단은 남북 모두에 상당한 이익을 안겨다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여기에는 그 나름대로 분명한 이유가 있다. 먼저 개성공단의 입지조건을 들 수 있다. 개성공단은 서울에서 불과 1시간 거리에 있다. 물류 이동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개성공단에서 필요한 부품 원자재는 남한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연관 산업 발달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가 매우 크다. 이는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경우 대부분 부품 원자재를 현지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국내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있는 일자리를 앗아가는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이와 함께 남한의 자본, 기술과 북한의 저렴하면서도 우수한 노동력의 결합이 갖는 경쟁력 제고 효과는 빈사 상태에 있는 남한의 중소기업에게는 결정적인 회생의 기회를 안겨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물론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미국이 쳐놓은 갖가지 장애물을 넘는 것이 심각한 과제가 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하면서 전략물자 반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여기에는 각종 전자산업 부품이 포함되고 있다. 또한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 진출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장애물이 제거되지 않는 한 개성공단이 지금의 계획대로 추진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북미관계의 원만한 해결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이 남과 북이 먹고 먹히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활로를 찾아 나서는 상생의 무대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남한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 현재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경제난을 상당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개성공단은 북한 경제 살리기 이전에 한국경제 살리기 일환이라는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의 말은 충분히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박세길·「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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