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범죄자로 만드는 대입제도

17일 대입 수능시험이 끝난 뒤 예년처럼 시험문제 난이도가 어땠느니, 어떤 방향으로 입시지도를 해야 하느니, 하는 뉴스들을 제치고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은 ‘휴대전화 입시부정 사건’이었다.
결국 6명의 주동자(?)들을 구속시키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 됐지만, 입시부정이 적발된 광주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방법의 부정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대리시험 의혹까지 불거지는 등 입시부정 쇼크는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입시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대충 넘어갈 것이 아니라 발본색원해 입시부정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입시부정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저마다 한마디씩 더하며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고3 수험생들이 왜 엄청난 위험부담까지 감수하며 범죄를 저지르게 됐는지 돌아보는 이는 별로 없다.
단 하루 시험의 결과로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총 12년을 평가받아야 하는 그 아이들의 초조함과 불안을 생각하는 어른은 보이지 않는다. 1등부터 꼴찌까지 명확하게 서열화돼 있는 대학 중 내가 몇 등급 인생인지, 그도 아니면 아예 등급 외 인생인지 판명 나는 것이 그날 하루 시험 결과라는, 기막힌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언론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입시제도를 만들고 공고화하고, 또 방관한 우리들 모두가 이번 입시부정 사건의 공범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릇된 입시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입시부정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교육관계자들이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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