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키운 나무들인데…”


 

 
▲ 도심공원 조성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원적산 일대. 가옥 뒤편에 빼곡한 나무들이 한씨가 1986년 심었다는 두충나무다.  


 

산곡동과 청천동, 서구의 가정동과 석남동, 가좌동을 아우르는 원적산 일대에 도시공원 조성사업이 한창이다. 시설비 101억원과 보상비 706억원을 들여 2011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원 조성사업지구의 일부인 산곡·청천동 석천지구에는 이미 주차장과 운동장이 들어섰고, 이들 주변 3만㎡ 면적에 어린이놀이터·농구장·배드민턴장·체육단련장 등이 설치됐다.

지금은 청천농장으로 넘어가는 도로 왼편에서 공원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산곡·청천동의 많은 주민들이 이미 조성된 공원시설을 이용하고 있고, 도심공원 조성이 완전히 마무리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도심공원 조성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이곳을 떠나야 하지만 지장물 보상 문제로 떠날 수 없는 처지다. 

공원시설 공사로 인해 출입구마저 사라진 이곳에 아직 남아 있는 집은 두 채 뿐. 한 집에는 90대 노부부가 살고 있고, 바로 앞집에는 60대 부부가 네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여섯 식구의 가장인 한아무개씨는 요즘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걱정이 많다.

이유인즉, 집에서 산 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지난 86년 약재로 사용되는 두충나무 묘목 1100그루를 심어 가꿔왔는데(현재는 800그루), 공원조성사업 시행자인 인천시동부공원관리사업소에서 묘목 이전비는 보상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보상해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씨는 주택에 대한 보상도 합의하지 못했다.

한씨네는 네 아들이 모두 장성했지만 두 아들은 정신지체 1급, 3급 장애인인지라 모아놓은 돈도 없고, 주택에 대한 보상액 2800만원으로는 여섯 식구가 살만한 집을 구할 수 없다.

한씨네가 이곳에 정착한 것은 그의 선친 때부터다. 선친이 소유권이 일본인에서 산림청으로 넘어간 이곳에 무작정 정착한 것은 1969년. 그리고 한씨가 두충나무를 심은 땅에 대한 변상금을 부과 받고 납부한 것은 몇 년 전부터다.

한씨는 “정부가 수십년 동안 변상금 얘기 한번 한 적이 없다. 몇 해 전부터 고지서가 날라 와 사용료인줄 알았다. 또 변상금이라고 치더라도 그걸 납부했다는 것은 그 땅을 내가 사용해왔고 거기에 나무를 심어 가꿔온 것을 말해주는 것 아니냐. 옆에서 농사지은 사람에게는 농산물에 대한 보상을 해주고, 집 주변 나무에 대해서도 보상을 해주면서 왜 20년 넘게 가꿔온 나무들에 대해서는 보상이 안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더구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부공원관리사업소 공무원이 나무 이전비를 보상해준다고 해놓고 말을 바꾸는 이유는 뭐냐”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부공원관리사업소 측은 국유지를 무단 점유해 사용했기 때문에 건설교통부 유권해석에 따라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한씨에게 전한 상태다. 또한 보상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최근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신청한 상태다. 동부공원관리사업소 측에 따르면 토지수용위원회 결정이 나기까지는 6개월 정도 걸린다.

이에 한씨도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변호사는 토지수용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대응할 방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답답한 건 한씨네 뿐이다. 구청이나 건설교통부 관계 공무원도 명확한 답변을 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교부 관계공무원은 한씨가 납부했던 변상금 내용(무단 점유에 대한 변상금인지, 토지 훼손에 대한 원상복구 변상금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부평구 관계 공무원은 변상금을 납부했다는 것은 그 땅을 사용했다는 것이 인정되기 때문에 지장물에 대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변상금 내용에 대한 검토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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